한때 쏘나타·싼타페 위협하던 QM6·SM6, 9년 만에 쓸쓸한 퇴장
르노코리아, 라인업 재편으로 전동화 전환 가속…‘그랑 콜레오스’로 승부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르노코리아의 대표 주자, 중형 SUV QM6와 중형 세단 SM6가 9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2016년 출시 이후 각각 누적 판매량 25만 8,000대, 15만 7,000대를 기록하며 르노코리아의 전성기를 견인했던 두 모델의 공식 판매가 11월부로 종료됐다.
두 차종은 꾸준한 부분변경을 통해 상품성을 개선해왔지만,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의 기호를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르노코리아는 전동화 전환과 라인업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LPG SUV 시장의 개척자 QM6
QM6는 단순한 중형 SUV가 아니었다. 특히 LPe 모델은 국내 LPG SUV 시장의 대중화를 이끈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르노코리아의 특허 기술인 도넛탱크 마운팅 시스템을 적용해, LPG 차량의 단점으로 꼽히던 트렁크 공간 손실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다.
이 덕분에 넓은 적재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경제적인 연료비를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었다. 고유가 시대에 실용성을 중시하는 가장들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가성비 패밀리카’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LPG 수요 자체가 줄고, 경쟁사들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빠르게 재편하면서 QM6의 입지는 점차 좁아졌다.
디자인으로 승부한 SM6의 몰락
SM6는 출시 당시 파격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국산 중형 세단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가장 잘 생긴 국산차’라는 찬사를 받으며 쏘나타와 K5가 양분하던 시장에 균열을 냈다. 고급스러운 내외관과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바탕으로 한동안 꾸준한 판매고를 올렸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이 SUV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세단 시장 자체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SM6 역시 이러한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판매량이 급감했으며, 최근에는 월 판매량이 두 자릿수를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해지며 결국 단종 수순을 밟게 됐다.
새로운 심장 그랑 콜레오스와 전동화 기지
QM6와 SM6의 단종은 르노코리아의 판매 실적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11월 내수 판매는 3,575대로 전년 동기 대비 51%나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성장통으로 해석된다. 빈자리는 새로운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가 채우고 있다.
그랑 콜레오스는 11월 한 달간 2,403대가 팔리며 르노코리아의 새로운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특히 판매량의 85%가 하이브리드 모델일 정도로 친환경차에 대한 높은 소비자 신뢰를 확인했다.
르노코리아의 미래 전략은 부산공장의 변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부산공장은 최근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폴스타 4’ 생산을 시작하며 르노그룹의 글로벌 전동화 핵심 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혼류 생산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며, 미래 자동차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채비를 마쳤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