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작고 귀엽다” 극찬한 1만 달러 초소형 전기차, 미국 출시 공식화
최고속도 45km, 에어컨·에어백도 없어... 일본 경차와는 완전히 다른 ‘이것’

피아트 토폴리노 / 사진=피아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일본 경차를 향해 보낸 찬사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그의 발언에 화답하듯 글로벌 자동차 기업 스텔란티스가 초소형 전기차 ‘피아트 토폴리노’의 미국 출시를 공식화한 것이다. 트럼프는 일본 경차를 두고 “작고 귀엽고 실용적”이라 평가하며, 미국에서도 이런 차들이 도로를 누빌 수 있도록 안전 및 연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충격적인 실체 최고속도 45km



하지만 베일을 벗은 피아트 토폴리노의 실체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 차량의 최고 속도는 고작 시속 45km에 불과하다. 사실상 일반 도로나 고속도로 주행은 불가능하고, 골프 카트처럼 저속 주행이 허용된 특정 구역에서만 운행할 수 있는 ‘저속전기차(NEV)’다. 5.5kWh의 소형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안전과 편의사양은 최소화했다. 에어컨과 에어백은 아예 없거나 일부 모델에만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심지어 문(도어)조차 선택 사양으로 분류된다. 현행 미국 법규상 NEV의 제한 속도는 시속 40km인데, 토폴리노는 이마저도 근소하게 초과해 법적인 위치가 모호한 상황이다.

피아트 토폴리노 / 사진=피아트


트럼프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닌데



이는 트럼프가 극찬했던 일본 경차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자동차다. 일본의 경차(Kei-car)는 660cc 엔진을 장착하고 최고 속도가 시속 140km에 달해 고속도로 주행도 문제없는 엄연한 정식 승용차다. 에어컨, 에어백은 물론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까지 갖추고 있다. 즉, 트럼프가 원했던 것은 ‘작지만 제대로 된 자동차’였지만, 스텔란티스가 내놓은 답변은 ‘자동차의 형태를 한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가까웠다.

스텔란티스의 진짜 속내 1만 달러 세컨드카



피아트 토폴리노 / 사진=피아트


그렇다면 스텔란티스는 왜 이런 차를 미국 시장에 내놓으려는 것일까. 바로 ‘세컨드 카’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기 위함이다. 장거리 이동이 아닌, 동네 마트 방문이나 자녀의 학교 픽업 등 단거리 일상 용도로 활용될 초소형 이동수단 시장을 노린 것이다. 일반 전기차 가격이 평균 4만~5만 달러에 달하는 미국 시장에서, 토폴리노는 약 1만 달러(약 1380만 원) 미만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존 자동차 구매가 부담스러웠던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토폴리노의 출시가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정치적 제스처 성격이 짙다고 분석한다. 한 전문가는 “트럼프가 직접 규제 완화를 언급한 만큼, 향후 NEV의 주행 가능 도로를 확대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패션카 개념으로 얼리어답터나 부유층의 장난감 같은 세컨드 카로 소량 판매될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의 주문대로 GM이나 포드 같은 미국 제조사들이 진짜 ‘미국형 경차’ 개발에 나설지가 시장 변화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가 찬사한 피아트 토폴리노 / 사진=온라인커뮤니티


피아트 토폴리노 / 사진=피아트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