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SUV 연비 20km/L 시대, 경차 설 자리 잃었다
신차는 외면받아도 중고차 시장에선 여전히 ‘인기 1위’인 이유

쉐보레 스파크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한때 ‘국민 첫 차’로 불리며 사회초년생과 서민의 발이 되어주었던 경차가 시장에서 빠르게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높은 연비와 저렴한 가격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무색하게, 시장 변화의 거센 파도 앞에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모습이다.

최근 국내 경차 판매량은 7만 4천여 대로 주저앉으며 1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4% 이상 급감한 수치다. 한때 20만 대를 훌쩍 넘겼던 영광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10여 년 만에 3분의 1 토막 난 시장



코나 하이브리드 / 사진=현대자동차


경차 시장은 2012년 21만 6천여 대 판매로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1년에는 10만 대 선이 무너졌고, 이는 경차 수요가 구조적으로 줄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였다.

2022년 현대차 캐스퍼가 등장하며 판매량이 13만 대까지 반등해 잠시 부활의 기대감을 낳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효과에 그쳤다. 2024년 쉐보레 스파크마저 단종되면서 판매량 감소세는 더욱 가팔라졌고, 불과 13년 만에 시장 규모가 66%나 쪼그라들었다.

하이브리드 SUV에 뺏긴 경쟁력



모닝 / 사진=kia


업계는 경차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하이브리드 SUV의 약진을 꼽는다. 과거 경차의 전유물이었던 ‘연비 효율성’ 타이틀을 이제는 하이브리드차가 가져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는 20.8km/L, 현대 코나 하이브리드는 19.8km/L라는 압도적인 연비를 자랑한다. 경차의 공인 연비를 가뿐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가격 경쟁력 약화도 치명타가 됐다. 기아 레이와 현대 캐스퍼의 풀옵션 모델 가격은 2000만 원에 육박한다. 이 가격이면 소형 SUV나 준중형 세단까지 넘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비슷한 예산으로 더 넓은 공간, 풍부한 안전 사양,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갖춘 상위 차급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 됐다.

신차는 외면, 중고차는 인기 폭발



레이ev / 사진=kia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신형 경차는 현대 캐스퍼, 기아 모닝과 레이(EV 포함) 등 단 4종에 불과하다. 제조사들이 경차 개발을 기피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개발비는 다른 차급과 비슷하게 수백억 원이 들지만, 낮은 판매 가격 탓에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각종 혜택이 줄어든 것도 부담이다.

흥미로운 점은 신차 시장의 외면과 달리 중고차 시장에서는 경차의 인기가 여전히 뜨겁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국산 중고 승용차 거래 순위에서 기아 모닝이 1위, 쉐보레 스파크가 2위, 기아 레이가 4위를 차지했다. 신차 가격 부담을 느낀 실속파 소비자들이 저렴한 유지비와 보험료를 갖춘 중고 경차로 몰린 결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경차 시장이 부활하기 위해선 전용 전기차 플랫폼 개발, 공간 활용성 극대화 등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지만, 제조사들의 투자 의지가 약해 당분간 경차 시장의 침체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