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 부진에 스텔란티스 그룹, 푸조·오펠 등 주요 차종에 디젤 엔진 재도입 결정
환경 규제와 시장 현실 사이의 딜레마,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으로 선회하는 유럽 자동차 업계

푸조 308 - 출처 : 스텔란티스


전기차 시대의 도래를 외치던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한때 ‘미래’로 여겨졌던 전기차의 판매량이 주춤하자,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스텔란티스가 다시 ‘디젤’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중대한 전략 수정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한파에 방향 튼 스텔란티스



스텔란티스는 지난 몇 년간 전동화 전환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으며 디젤 모델을 단종시키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비싼 가격, 부족한 충전 인프라, 정부 보조금 축소 등이 맞물리며 전기차 수요는 기대만큼 폭발적으로 늘지 않았다.

결국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을 맞은 스텔란티스는 경영진 교체와 함께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중단했던 내연기관 개발을 재개하고, 시장 안정화를 위해 디젤 모델을 다시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디젤 엔진 - 출처 : 스텔란티스


디젤게이트 이후 잊혔던 존재감



2015년 폭스바겐 그룹의 ‘디젤게이트’는 유럽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꾼 사건이었다.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디젤 엔진은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혔고, 각국의 환경 규제는 대폭 강화됐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2015년 50%를 상회했던 디젤차 비중은 내년 8.9%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온전한 소비자 수요 감소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조사들이 소형차 라인업에서 디젤을 아예 없애버리는 등 소비자 선택권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결과라는 지적이다.

푸조, 오펠 주력 모델에 디젤 심장 부활



푸조 308 - 출처 : 스텔란티스


스텔란티스의 이번 결정으로 푸조 308, 오펠 아스트라, DS 4 등 주력 C세그먼트 모델에 디젤 엔진이 다시 탑재된다. 이들 모델은 최근 부분변경을 거치며 일부 국가에서 디젤 라인업이 사라졌던 차종이다. 상용 밴과 미니밴 등에는 이미 디젤 엔진이 다시 적용되기 시작했다.

스텔란티스는 자사의 디젤 기술력이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중국산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에 맞설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디젤 승용차 수요가 거의 없어, 이 분야에서만큼은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럼에도 디젤을 찾는 이유



최신 디젤 엔진은 요소수(SCR) 시스템 등 복잡한 후처리 장치를 장착해 환경 규제를 만족시킨다. 구조가 복잡해졌음에도 디젤 특유의 장점은 여전하다. 높은 연비와 강력한 토크는 물론, 한 번 주유로 1,000km 안팎을 거뜬히 달릴 수 있는 장거리 주행 능력은 전기차가 따라오기 힘든 영역이다.

충전 스트레스에서 자유롭고, 혹한기에도 성능 저하가 적다는 점 또한 실용성을 중시하는 운전자들에게는 매력적인 부분이다. 스텔란티스의 ‘디젤 회귀’는 전동화로 가는 길목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내실을 다지려는 현실적인 선택으로 평가받는다. 전동화와 내연기관을 병행하는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이 유럽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DS NO.4 - 출처 : 스텔란티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