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서 코나 일렉트릭 연식변경 건너뛰는 현대차의 속사정
전기차 수요 둔화에 재고 소진 집중, 하이브리드로 선회하는 전략

코나 일렉트릭 충전 단자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코나 일렉트릭의 연식 변경 모델 출시를 건너뛰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2025년형 모델을 끝으로 다음 모델 출시 없이 1년간 재고 소진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기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판매량으로 증명된 시장의 냉기



올해 1월 미국 전기차 판매 실적은 시장의 차가운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기아 EV6는 전년 동월 대비 65%나 급감했고, 대형 전기 SUV로 기대를 모았던 EV9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현대 아이오닉 5가 비교적 선방했지만, 전체적인 하락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기간 기아의 전체 판매량은 역대 1월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텔루라이드, 스포티지 같은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SUV가 실적을 견인하는 동안 전기차 라인업만 유독 고전한 셈이다.

코나 일렉트릭 실내 / 현대자동차


1000만 원 인상과 맞먹는 보조금 폐지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지난해 9월 종료된 7,500달러(약 1,000만 원) 규모의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가 꼽힌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는 모델들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하룻밤 사이에 차 가격이 1,000만 원 오른 것과 같은 효과를 체감하게 됐다.
여기에 고금리 기조 장기화, 부족한 충전 인프라 문제, 테슬라가 주도하는 가격 인하 경쟁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심리는 급격히 위축됐다. 현대차와 기아가 1만 달러에 달하는 자체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얼어붙은 수요를 녹이기엔 한계가 있었다.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로 무게중심 이동



코나 일렉트릭 실내 /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은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기아는 코나 일렉트릭의 생산 중단과 더불어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2025년형 모델 역시 미국 시장에 내놓지 않기로 했다. 니로 라인업을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두 종류로 단순화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빠르게 증가하는 하이브리드 수요에 집중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다. 수요에 따라 생산 비중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현지 공장을 기반으로, 당분간은 잘 팔리는 하이브리드 SUV 생산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숨 고르기 후 완전 변경 모델로 반전 모색



현대차는 2026년 한 해 동안 신차 공백기를 가지며 2025년형 재고 소진에 집중한 뒤, 2027년형으로 완전 변경된 코나 일렉트릭을 선보이며 반전을 꾀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생산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맞춰 잠시 숨을 고르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는 것은 비단 현대차그룹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생산 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올해 전기차 시장은 신차 경쟁보다는 제조사들의 파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앞세운 ‘재고 정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코나 일렉트릭 / 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 / 현대자동차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