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점유율 10% 붕괴 위기, BYD·지리에 밀려 3위로 추락한 독일차의 자존심.
올해 신차 20종 대거 투입하며 반격 예고, 전기차로 돌아선 민심 되찾을까.
중국 자동차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폭스바겐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현지 브랜드의 거센 공세와 전기차 전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 판매량 순위가 3위까지 밀려났다. 자존심을 구긴 폭스바겐이 대대적인 신차 공세를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현지화 전략, 신속한 개발, 그리고 라인업 다각화라는 세 가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과연 돌아선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무너진 철옹성, 3위로 추락한 폭스바겐
한때 중국 시장은 폭스바겐에게 ‘약속의 땅’과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중국승용차협회(CPCA) 자료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현지 시장 점유율은 10.9%까지 떨어졌으며, 10% 선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 빈자리는 현지 브랜드가 빠르게 채웠다. BYD는 14.7%의 점유율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지리자동차(11%)마저 폭스바겐을 앞지르며 2위로 올라섰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의 부진이 뼈아팠다. 2025년 폭스바겐의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11만 5,500대에 그치며 전년 대비 44%나 급감했다.
칼 빼든 폭스바겐, 사상 최대 신차 공세
위기감을 느낀 폭스바겐 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신차로 반격에 나선다. 폭스바겐과 아우디 등 그룹 산하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 출시할 신차는 무려 20종에 달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순수 전기차(BEV)로 채워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가장 주목받는 모델은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XPeng)과 공동 개발한 대형 전기 SUV ‘ID. UNYX 08’이다. 양사는 공동 개발한 아키텍처를 통해 설계부터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24개월로 단축했다. 통상 3~4년이 소요되는 신차 개발 기간을 절반 가까이 줄인 것은 그만큼 중국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전기차 넘어 하이브리드까지, 전방위 압박
폭스바겐의 전략은 순수 전기차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내연기관을 발전기로 사용하는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EREV) ‘ID. ERA 9X’를 올해 출시하며 라인업을 다각화한다. 아우디 역시 전기 세단 A6L e-트론과 같은 다양한 전동화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여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까지 투입해 촘촘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이를 발판 삼아 폭스바겐 그룹은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 30종을 포함, 총 50종에 달하는 신에너지차(NEV) 라인업을 완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돌아선 민심, 반전 드라마는 가능할까
폭스바겐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이미 신에너지차 비중이 50%를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재편됐다. 특히 BYD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자리에 오르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결국 관건은 폭스바겐의 신차들이 중국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소프트웨어 경쟁력과 ‘가성비’를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느냐에 달렸다. 과거의 명성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장이 된 만큼, 폭스바겐의 대반격이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