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과 SUV의 장점만 모은 독특한 디자인에 부드러운 하이브리드 주행 성능까지 갖췄다.
쏘렌토, 카니발 등 쟁쟁한 경쟁 모델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까.
따스한 봄기운이 감도는 3월, 국내 자동차 시장에 익숙한 듯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세단도, 전형적인 SUV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크로스오버가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르노코리아가 ‘오로라 프로젝트’의 두 번째 주자로 야심 차게 내놓은 ‘르노 필랑트’가 그 주인공이다.
필랑트는 한눈에 봐도 시선을 끄는 독보적인 디자인, 효율과 성능을 모두 잡은 하이브리드 시스템, 그리고 패밀리카로 손색없는 공간 활용성을 무기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공략한다. 과연 쏘렌토와 카니발이 굳건히 버티는 시장에 의미 있는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직접 확인해 봤다.
도로 위 시선 사로잡는 별똥별 디자인
‘필랑트(Filante)’는 프랑스어로 ‘별똥별’을 의미한다. 이름처럼 디자인 콘셉트 역시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똥별에서 영감을 얻었다. 특히 후면부는 별똥별의 꼬리를 형상화한 듯 날렵하게 떨어지는 실루엣으로, 기존 국산 SUV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창적인 매력을 뽐낸다.
전면부의 인상도 강렬하다. 1,890mm에 달하는 넓은 차체 폭이 웅장함을 더하고, 루프라인부터 전면부까지 유려하게 이어지는 곡선은 SUV보다 잘 만들어진 세단을 떠올리게 한다. 전장은 4,915mm에 달하지만, 차체를 낮게 깔리는 형태로 설계해 시각적으로는 더욱 날렵하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미래지향적 실내와 뛰어난 정숙성
실내로 들어서면 외관의 감동이 이어진다. 운전석부터 동승석까지 시원하게 뻗은 오픈알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3개의 12.3인치 화면으로 구성된 이 디스플레이는 차량의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주도한다.
정숙성은 이 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기능과 이중 접합 차음 유리, 곳곳에 배치된 흡차음재 덕분에 외부 소음 유입이 효과적으로 차단된다. 하이브리드 모델 특유의 모터 작동음이나 엔진음도 거의 들리지 않아 고속 주행 중에도 쾌적한 대화가 가능했다.
부드러움과 강력함이 공존하는 주행 성능
실제 주행에서 느껴지는 가속 반응은 매우 부드럽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체가 매끄럽게 앞으로 나아가고, 고속 구간에서는 최고출력 250마력의 힘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가속력을 선보인다. 일상 주행과 고속 주행 모두에서 만족스러운 성능이다.
경주 인근의 구불구불한 와인딩 구간에서는 안정적인 조향 성능이 돋보였다. 운전대를 돌리는 만큼 차체가 기민하게 반응하며 코너를 빠져나간다. 노면 상태가 고르지 않은 곳에서는 주파수 감응 댐퍼가 실시간으로 충격을 흡수해 안정적인 승차감을 유지해 줬다.
패밀리카로 충분한 공간과 편의성
준대형 크로스오버라는 이름에 걸맞게 실내 공간도 여유롭다. 2열 레그룸은 320mm 수준으로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 공간이 넉넉하며, 높아진 전고 덕분에 헤드룸도 충분하다.
특히 2열 탑승자에게 큰 만족감을 주는 것은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다. 자연광을 감지해 투명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솔라 필름’이 적용되어 눈부심 없이 뛰어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후방 카메라를 활용한 디지털 룸미러는 후방 와이퍼 없이도 깨끗한 시야를 확보해 주는 점도 인상적이다.
다만, 차량용 AI 비서 ‘에이닷 오토’의 기능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간단한 명령은 잘 수행했지만, 복잡한 질문에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르노코리아는 주행 안전을 위해 의도적으로 답변 길이를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약 140km 시승 구간에서 기록한 연비는 13.1km/L로,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한 점을 고려하면 준수한 수치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