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잔존가치 우려 속에도 가성비 앞세워 돌풍 예고.
BYD 성공에 이어 지커, 샤오펑까지 한국 시장 상륙 초읽기.
국내 수입차 시장의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어느새 시장의 주류를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특히 비야디(BYD)가 기록한 성적은 단순한 판매량 증가를 넘어, 한국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합리적인 가격, 연이어 등장하는 후발주자, 그리고 아직 해소되지 않은 시장의 의구심.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중국 전기차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본다. 과연 이들의 돌풍은 계속될 수 있을까.
BMW·벤츠 다음, BYD의 놀라운 도약
올해 1월 수입차 판매 순위표는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테슬라, 렉서스라는 익숙한 이름들 바로 다음에 BYD가 5위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총 1,347대를 판매하며 볼보와 아우디 등 전통의 강자들을 밀어냈다. 지난해 처음 국내 시장에 진출해 연간 6,107대로 10위권에 안착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이뤄낸 성과다.
이러한 성공의 중심에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이 있다. 소형 해치백 ‘돌핀’은 보조금 적용 시 2천만 원대 초반에 구매가 가능해 생애 첫 차를 고민하는 젊은 층과 세컨드 카 수요를 단숨에 흡수했다. 올해는 순수 전기 모드로 100km 이상, 총 1,600km 주행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씨라이언 6 DM-i’ 출시도 앞두고 있어 패밀리카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지커와 샤오펑, 2차 공습이 시작된다
BYD가 닦아놓은 길 위로 새로운 주자들이 속속 참전을 선언하고 있다.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Zeekr)’와 자율주행 기술을 앞세운 ‘샤오펑(Xpeng)’이 상반기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이다.
지커는 볼보, 폴스타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만큼 기본기에서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첫 모델로 유력한 중형 SUV ‘7X’는 최대 615km의 주행거리와 16분 급속 충전 등 뛰어난 상품성을 갖췄다. 예상 가격은 5천만 원대로, 국산 전기차와 직접적인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샤오펑은 ‘중국의 테슬라’로 불릴 만큼 고도화된 자율주행 시스템이 핵심 무기다. 중형 세단 P7이나 SUV G6를 통해 최대 700km가 넘는 주행거리와 넓은 실내 공간을 강점으로 내세워 기술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가성비는 인정, 그러나 남은 과제는
실제로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실물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이 가격에 이 정도 사양이면 고민할 이유가 없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한 모빌리티 플랫폼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4.3%가 중국 전기차의 장점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꼽았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관건은 ‘중고차 잔존가치’다. 렌터카 업계가 중국 전기차 대량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직 국내 시장에서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아 3~4년 후 중고차 시세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와 전국적인 서비스 인프라 구축 역시 시간이 필요한 과제다. BYD가 서비스 거점을 26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