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시장서 150% 폭증한 BYD... 기아, 수익 감소 감수하며 ‘가격 인하’ 카드 꺼내들었다.

중국 정부 보조금 변수 남아있지만, “지금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감 팽배.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한 4월 말, 유럽 자동차 시장에는 서늘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공세에 맞서 기아가 결국 ‘가격 인하’라는 칼을 빼 들었다. 단기적인 수익 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미래 시장 주도권을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나는 결정이다. 기아의 이번 선택은 유럽 시장 판도를 어떻게 바꾸게 될까.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중국 브랜드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자리한다. 특히 중국의 BYD는 지난 3월 한 달간 유럽 신차 등록 대수가 전년 대비 150%나 급증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아의 성장률은 6%에 그치며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단순한 수치 이상의, 시장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무섭게 밀려오는 중국의 ‘차해전술’





과거 중국 자동차는 ‘저렴하지만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BYD를 필두로 지리, 체리 등 중국 업체들은 합리적인 가격은 물론,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과 상품성을 갖춘 전기차를 잇달아 선보이며 유럽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은 막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고,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등에 업었다. 이러한 ‘차해전술(車海戰術)’ 앞에 유럽의 전통 강자는 물론, 현지에서 입지를 다져온 기아 같은 브랜드까지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수익보다 점유율, 기아의 ‘출혈 경쟁’



결국 기아는 정면 승부를 택했다. 기존에 중국차와 유지하던 20~25% 수준의 가격 격차를 15~20%까지 좁히기로 한 것이다. 이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이익률 감소를 감수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가격 인하와 인센티브 확대로 매출은 늘었지만, 분기 이익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기아는 “성장 전략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손익계산서를 넘어, 한번 내준 시장 점유율은 되찾기 어렵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을 바탕에 둔다. 그야말로 미래를 건 ‘체력전’에 돌입한 셈이다.



반격의 열쇠는 ‘보조금’ 변수



기아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영원히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바로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다. 만약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경우, 중국 전기차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가격 경쟁력’이 상당 부분 약화될 수밖에 없다.

기아는 바로 이 시점을 반격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그때까지 점유율을 최대한 방어하며 버텨낸다면, 다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번 기아의 가격 인하 정책은 단순한 할인 행사가 아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권을 둘러싼 거대한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