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그랜저를 시작으로 물리 버튼이 사라진다. AI 음성 비서와 무선 업데이트로 스마트폰처럼 진화하는 현대차의 SDV 전략.
대화면 디스플레이 중심으로 바뀐 실내, 소비자 반응은 엇갈려
현대자동차의 실내 공간이 대대적인 변화를 맞는다. 과거 운전자를 감쌌던 수많은 물리 버튼이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거대한 디스플레이가 채울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디자인 변경을 넘어 자동차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 시도로, ‘대화면 인터페이스’,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소프트웨어 중심 설계’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과연 운전자의 경험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물리 버튼의 종말 대화면의 시대
변화의 시작은 신형 그랜저가 끊는다. 차량 중앙에 자리한 대형 디스플레이는 이제 내비게이션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공조 장치부터 주행 모드 변경까지, 과거 손으로 눌러 조작했던 거의 모든 기능이 터치스크린 안으로 통합된다. 이는 테슬라가 주도한 흐름으로,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표준이 되어가는 추세다. 운전자는 스마트폰을 다루듯 직관적으로 차량의 기능을 제어하게 된다.
말 한마디로 움직이는 자동차
이번 변화의 핵심은 단순히 디스플레이를 키우는 데 있지 않다. 현대차는 고도로 발전된 AI 음성 어시스턴트를 통해 운전자와 자동차의 상호작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 한다. “에어컨 끄고 창문 열어줘”와 같은 복합적인 명령을 한 번에 인식하고 실행하는 수준이다. 이는 운전자가 전방 주시 의무를 지키면서도 안전하게 차량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소통하는 기기’로 진화하는 순간이다.
스마트폰처럼 진화하는 자동차 SDV
차량 내 경험의 폭도 크게 확장된다. 현대차는 자체적인 ‘앱 마켓’을 도입해 스마트폰처럼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유튜브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별도의 스마트폰 연결 없이 차량 디스플레이에서 직접 즐길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기능이 더해지면서 자동차는 시간이 지나도 낡은 기계가 아닌, 스스로 성능과 기능을 개선하는 스마트 디바이스로 거듭난다. 이것이 바로 현대차가 추구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Software Defined Vehicle)’ 전략의 핵심이다.
장밋빛 미래 속 그림자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를 시작으로 이 새로운 시스템을 전 세계 시장으로 확대, 2030년까지 약 2천만 대 차량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는 운전하는 기계에서 대화하는 AI이자 확장 가능한 플랫폼으로 변모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이런 변화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마다 개성이 사라지고 천편일률적인 디스플레이 중심의 실내 디자인이 되어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주행 중 터치스크린 조작의 안전성 문제와 직관성이 물리 버튼보다 떨어진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향후 과제로 남는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