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M과는 완전히 다른 길, BMW가 알피나에 V8 엔진을 고집한 진짜 속내
5.2m 넘는 거대한 차체와 크리스털 와인잔... 7시리즈 기반 럭셔리 세단의 등장
바야흐로 전기차 시대다. 내연기관의 종말이 수년 내 다가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BMW가 전혀 다른 방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공개한 ‘비전 BMW 알피나’ 콘셉트카가 그 주인공이다.
BMW는 이 차를 통해 앞으로 알피나 브랜드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명확히 했다. 핵심은 강력한 V8 엔진, M과는 차별화된 럭셔리, 그리고 고속 주행의 안락함이다. 과연 BMW는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이 선택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M이 순수한 속도를 쫓을 때, 알피나는 다른 것을 봤다
BMW에 고성능 브랜드 M이 있다면, 그 반대편엔 항상 알피나가 있었다. M이 서킷의 짜릿함을 추구했다면, 알피나는 장거리 고속 주행에서의 안락함과 고급스러움에 집중해왔다. 이번 콘셉트카는 그 철학을 고스란히 계승한다.
길이만 5.2m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는 전형적인 그랜드 투어러(GT) 스타일이다. 최근 BMW의 다소 파격적인 디자인과는 달리, 낮고 긴 보닛과 유려하게 흐르는 쿠페형 루프라인으로 클래식한 멋을 강조했다.
모두가 전기모터를 외칠 때, V8 엔진을 고집한 진짜 이유
외관보다 더 놀라운 선택은 심장에 있었다. 매끈한 디자인만 보면 순수 전기차처럼 보이지만, BMW는 이 차에 4.4리터 트윈터보 V8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고 밝혔다. 전동화에 가장 적극적인 브랜드 중 하나인 BMW의 행보이기에 더욱 의외다.
이는 알피나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 BMW 그룹 디자인 총괄은 “속도와 편안함이 공존하는 알피나의 특성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일상의 편안함과 고속 주행의 안정감을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운전자라면 귀가 솔깃할 대목이다. 알피나 특유의 ‘컴포트 플러스(Comfort+)’ 주행 모드 역시 그대로 유지된다.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라운지를 꿈꾸다
실내는 BMW의 차세대 인테리어 콘셉트인 ‘노이어 클라쎄’를 기반으로 하되, 한층 더 절제된 고급스러움을 담아냈다. 대형 디스플레이는 그대로지만, 크리스털 소재로 마감된 스위치와 최고급 가죽, 알피나 전용 그래픽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압권은 뒷좌석이다. 센터 콘솔에서 자동으로 올라오는 크리스털 와인잔과 전용 수납공간은 ‘과하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클래식 럭셔리를 강조한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도로 위를 달리는 최고급 라운지를 지향하는 알피나의 비전을 엿볼 수 있다.
BMW는 이번 콘셉트카가 단순한 전시용 모델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내년 출시될 첫 양산형 알피나 모델이 7시리즈를 기반으로 개발될 예정이며, 이번 콘셉트의 디자인과 철학이 상당 부분 반영될 전망이다. 전기차의 홍수 속에서 V8 엔진의 감성을 지키려는 BMW의 고집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주목된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