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과는 완전히 다른 고성능의 방향성, 알피나가 V8 엔진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다
내년 7시리즈 기반 양산 모델 예고… 5.2m 차체에 담긴 럭셔리 GT의 정체는
5월의 쾌청한 날씨 속, 자동차 업계의 시선은 한 곳으로 쏠렸다. 전기차 시대의 역주행일까, 아니면 새로운 전략일까. BMW가 고성능 튜너 ‘알피나’를 완전히 인수한 뒤 내놓은 첫 작품은 의외의 선택이었다. 모두가 전동화를 외칠 때, BMW는 강력한 V8 심장을 품은 정통 그랜드 투어러를 공개했다. 이는 단순한 신차 예고를 넘어, 알피나의 미래 방향성과 BMW 내에서의 독자적인 역할을 암시하는 V8 엔진, 럭셔리, 그리고 그랜드 투어러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던졌다. 과연 BMW는 알피나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M과는 다른 길, V8 엔진은 무엇을 말하나
최근 공개된 ‘비전 BMW 알피나’는 겉모습만 보면 고요한 전기차처럼 보인다. 공기저항을 줄인 듯한 키드니 그릴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영리한 위장이었다. 보닛 아래에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V8 내연기관 엔진이 자리 잡고 있다.
BMW는 구체적인 성능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알피나가 수십 년간 BMW의 엔진을 정교하게 다듬어 고유의 부드러우면서도 폭발적인 주행 질감을 만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감은 충분하다. 이 차는 서킷의 한계를 시험하는 BMW M과 궤를 달리한다. 목표는 먼 거리를 빠르고 우아하게 주파하는 진정한 그랜드 투어러의 부활이다.
과시가 아닌 품격, 5.2m 거함이 보여주는 럭셔리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지만, 약 5.2m에 달하는 차체 길이는 이 차의 성격을 분명히 한다. 긴 보닛과 유려하게 흐르는 루프 라인은 전통적인 후륜구동 GT의 교과서적인 비율을 그대로 따른다. 최근 BMW의 파격적인 디자인 행보를 둘러싼 논쟁과도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알피나는 ‘두 번째 시선에서 드러나는 세련미’를 추구했다. 요란한 디자인에 피로감을 느낀 운전자라면 충분히 반길 만한 접근법이다. 날렵한 샤크 노즈와 알피나의 상징인 20-스포크 단조 휠은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동시에 완성하며 절제된 고급스러움을 뽐낸다.
단순한 고급형이 아니다, 알피나의 영혼은 계승될까
실내 역시 외관의 기조를 그대로 잇는다. 화려함보다는 정제된 감각에 집중했다. 알피나 전용 그래픽이 적용된 파노라믹 디스플레이와 섬세하게 조작되는 크리스털 스위치, 그리고 알프스 지역에서 공수한 최고급 가죽이 어우러져 탑승자를 맞이한다.
특히 뒷좌석 센터 콘솔에서 유리 물병과 잔이 자동으로 올라오는 장치는 실용성 너머의 감성적 가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편안한 운전자가 더 빠른 운전자”라는 알피나 창업자 부르카르트 보벤지펜의 철학을 계승하려는 의지다. 일반 BMW 모델에는 없는 알피나 전용 ‘컴포트 플러스’ 모드가 이를 증명한다. 단순한 M의 고급형이 아닌, 독립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BMW는 알피나의 첫 양산 모델이 내년, 7시리즈를 기반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비전 콘셉트는 그 서막을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V8 엔진과 정통 GT의 비율, 절제된 럭셔리 감각을 고집한 것은 BMW가 알피나라는 특별한 유산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