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기술로 빚어낸 압도적 성능, 내연기관 감성까지 재현
넉넉한 실내 공간과 최첨단 AI 시스템으로 실용성까지 잡았다
전기차 시대, 고성능 내연기관의 ‘심장 박동’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단순히 빠른 것을 넘어 운전자와 교감하던 특유의 감성이 사라졌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메르세데스-AMG가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해답을 내놓았다. 압도적인 성능과 내연기관의 감성, 그리고 놀라운 효율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포부다. 과연 AMG는 전기차 시대에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새롭게 공개된 AMG의 순수 전기 세단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거부한다. 핵심은 운전의 즐거움을 되살리는 데 있다. 개발진은 가상 변속에 따른 미세한 진동과 상징적인 V8 엔진의 배기음을 정교하게 재현해냈다. 배터리로 움직이지만, 감성만큼은 내연기관의 그것을 잇는다는 철학이 담겼다.
내연기관 감성, 전기차에서 정말 가능할까
단순히 빠른 전기차를 넘어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AMG는 소리와 진동을 통해 운전자와의 교감을 시도한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스피커를 통해 인위적이지만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가 실내를 채운다. 이는 진정한 그랜드 투어러(GT)의 전통을 전기차 시대에도 이어가려는 AMG의 의지를 보여준다.
F1 기술이 양산차의 성능을 완전히 바꾸다
감성적인 측면을 강조했지만, 성능은 한 치의 타협도 없다. 신차의 심장에는 포뮬러 원(F1)에서 가져온 ‘축방향 자속 모터’ 기술이 양산차 최초로 탑재됐다. 기존 모터보다 작고 가벼우면서도 훨씬 강력한 힘을 지속적으로 뿜어낸다.
이 첨단 모터 시스템을 기반으로 최상위 모델인 GT 63 4MATIC+는 합산 최고출력 1,169마력을 발휘한다. 하이퍼카 영역에 도달한 수치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1초. 고성능 섀시 통합 제어 시스템이 네 바퀴의 구동력을 실시간으로 조절해 어떤 노면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약속한다.
단 11분이면 충분, 충전 효율의 새로운 기준
이런 압도적인 성능을 뒷받침하는 배터리 기술은 어떨까. AMG가 독자 개발한 800볼트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은 효율의 정점을 보여준다. 2,660개의 원통형 셀 하나하나를 냉각수로 직접 식히는 방식을 채택, 극한의 트랙 주행에서도 성능 저하를 막는다.
충전 속도는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최대 600kW 초급속 충전을 지원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단 11분이 걸린다. 10분 충전만으로 약 460km를 달릴 수 있다. GT 55 트림 기준 1회 완충 시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700km에 달한다. 주말 장거리 여행도 충전 스트레스 없이 떠날 수 있는 수준이다.
차체는 기존 모델보다 4cm 낮아져 한층 스포티한 인상을 주지만, 실용성도 놓치지 않았다. 바닥을 깊게 설계해 2열 탑승객의 다리 공간을 확보했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507리터이며, 전면부에도 62리터의 프렁크(Frunk)를 마련해 활용도를 높였다.
운전석에는 10.2인치 디스플레이와 14.0인치 멀티미디어 화면이 자리한다. 챗GPT, 구글 제미나이 등 최신 AI가 통합된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스마트폰처럼 편리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 차의 양산은 2026년 여름 독일 신델핑겐 공장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내연기관의 유산과 전동화 기술의 미래가 만난 이 모델이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