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SUV 가격 급등하자 벌어진 현상
전기차 대중화, 보조금과 실용성이 열었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우려가 무색해지고 있다. 기아의 신형 전기 SUV가 오히려 내연기관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과 전용 플랫폼이 제공하는 넓은 실내 공간, 그리고 정부 보조금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 소형 SUV 시장에서 전례 없는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인기 내연기관 SUV마저 넘어선 판매량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기아 EV3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1만 5593대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국민 SUV’ 반열에 오른 셀토스(1만 2744대)와 코나(1만 2674대)의 판매량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전기차가 동급 내연기관 모델보다 더 많이 팔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설계돼 동급 최고 수준의 실내 공간을 확보한 점을 주요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최신 편의사양을 대거 탑재하면서도 엔트리급 수요를 효과적으로 공략한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가격 경쟁력, 보조금 업고 날개 달았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가격이다. EV3 스탠다드 모델의 기본 가격은 4200만 원대에서 시작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달라진다.
국고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모두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3000만 원 초중반까지 떨어진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3000만 원 선에 구매가 가능하기도 하다. 이는 최근 상품성을 개선하며 가격이 크게 오른 내연기관 SUV와 비교하면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다.
실제로 신형 셀토스의 경우 상위 트림에 선호도 높은 옵션을 추가하면 차량 가격이 4000만 원에 육박한다. 취득세와 유류비 등 유지비까지 고려하면, “차라리 EV3를 사겠다”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기아는 EV3를 통해 전기차 대중화의 포문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최대 500km에 달하는 주행거리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기존 내연기관 SUV 고객까지 흡수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전기차는 비싸고 충전이 불편한 미래형 이동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며 “내연기관차 가격이 계속 오르는 한 EV3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