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그룹, 신규 투자 없이 유럽 생산 거점 확보 가능성
볼보는 공장 가동률 높여 추가 수익, ‘윈윈’ 전략 주목
볼보가 결국 ‘중국차’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적인 자동차 그룹인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 브랜드들이 볼보의 유럽 공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단순한 위탁 생산을 넘어, 높아지는 **관세 장벽**을 피하고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볼보 공장**을 활용한 **현지 생산**이 현실화될 경우, 유럽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들의 협력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볼보자동차의 CEO 하칸 사무엘손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지리그룹 산하 브랜드인 지커(Zeekr), 링크앤코(Lynk & Co.)의 유럽 현지 생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새로운 공장을 짓는 것보다 볼보가 가진 생산시설을 활용하는 것이 더 빠르고 비용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리그룹이 막대한 투자 없이 유럽 생산 거점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발언으로 해석된다.
수천억 아끼는 현지 생산, 왜 볼보 공장인가
이러한 협력이 거론되는 배경에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볼보는 스웨덴과 벨기에에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며, 슬로바키아에도 신규 공장을 짓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일부 생산시설의 가동률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볼보 입장에서는 지리그룹 계열 브랜드의 차량을 생산하며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지커와 링크앤코는 수천억 원이 들 수 있는 신규 공장 투자 없이 곧바로 ‘메이드 인 유럽’ 타이틀을 달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윈윈’ 전략인 셈이다.
최대 45% 관세 장벽, 피할 방법은 이것뿐
사실 중국 브랜드들이 유럽 현지 생산에 목을 매는 가장 큰 이유는 관세 문제다. 현재 유럽연합(EU)은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 최대 45%에 달하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관세가 현실화되면 중국 전기차의 가장 큰 무기인 ‘가격 경쟁력’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현지 생산은 이 관세 부담을 피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관세 회피뿐만 아니라 물류비 절감, 공급망 안정, 빠른 차량 인도 등 부수적인 효과도 크다. 실제로 BYD는 헝가리에, 체리와 리프모터 등 다른 중국 기업들도 유럽 현지 생산 기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며 관세 장벽을 넘을 준비를 하고 있다.
유럽 점유율 10% 눈앞, 중국차의 공습은 현실로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이미 심상치 않다. 시장조사업체들은 2021년 약 0.5%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2026년에는 1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프리미엄 전기차를 내세운 지커와 구독 서비스를 앞세운 링크앤코는 유럽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만약 당신이 유럽 브랜드의 순수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몇 년 안에 ‘메이드 인 유럽’ 라벨을 단 중국 브랜드 전기차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다. 볼보 공장에서 이들 차량의 생산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단순한 제조 협력을 넘어 중국차의 유럽 공략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유럽 자동차 시장의 지각 변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