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편하게 잘 왔다’는 한마디를 위해 포기한 것들

독일 SUV와 비교하니 장점과 단점이 너무 명확했다



‘패밀리 SUV’를 고민하는 운전자에게 볼보 XC90은 늘 목록 상단에 있다. 그러나 이 차의 진짜 평가는 운전대가 아닌 뒷좌석에서 나온다는 말이 많다. 300마력을 내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췄지만, 핵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실제로 XC90 B6 모델을 경험해보니 뛰어난 승차감, 다소 아쉬운 주행 성능, 그리고 현실적인 연비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명확하게 떠올랐다. 이 차는 운전자의 즐거움과 가족의 편안함 사이에서 명확한 노선을 정한 모델이다. 어떤 가치를 우선하느냐에 따라 만족도는 극과 극으로 갈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뒷좌석 만족감은 최고 수준인 이유





볼보의 강점은 시트에서부터 시작된다. XC90의 앞좌석은 몸을 꽉 조이는 스포츠 타입이 아니라, 허리와 허벅지를 편안하게 받쳐줘 장거리 운전 피로도를 크게 줄여준다. 이 장점은 2열에서 더 크게 체감된다. 넉넉한 공간과 뛰어난 착좌감은 동승한 가족에게 높은 점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정숙성 또한 인상적인 부분이다. 고속도로 주행 시 노면 소음과 풍절음이 효과적으로 차단됐다. 여기에 바워스 &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이 더해지면 장거리 이동이 많은 운전자에게는 그 자체로 만족스러운 경험을 만들어낸다. 3열은 성인이 오래 타기엔 좁지만, 아이들을 태우거나 필요시 짧게 활용하는 용도로는 부족함이 없다.

운전대를 잡으면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운전 재미를 기대했다면 실망감이 클 수 있다. XC90의 주행 성능은 철저히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즉각적으로 튀어 나가는 반응 대신 묵직하게 속도를 올리는 타입이다. 산길에서도 큰 차체가 불안함 없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지만, 코너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다.

연비도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공인 복합연비는 9.5km/L로,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기엔 부족한 수치다. 만약 당신이 매일 장거리 출퇴근을 하며 유류비에 민감하다면, 이 부분은 분명한 단점으로 다가올 것이다.



독일 SUV와는 가야 할 길이 달랐다



이러한 특징은 경쟁 모델인 BMW X5나 벤츠 GLE와 비교하면 더욱 선명해진다. 독일 프리미엄 SUV들이 운전의 즐거움과 스포티한 감각을 강조하는 반면, XC90은 탑승객의 편안함과 안전이라는 가치에 집중했다. 화려한 디지털 연출 대신 단정하고 편안한 북유럽 감성의 실내 구성 역시 같은 맥락이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화려한 퍼포먼스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의 질을 높이고 싶다면 XC90은 훌륭한 대안이 된다. 하지만 운전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다면 독일 SUV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이 차는 ‘가족이 편하면 좋은 차’라는 명제에 가장 충실한 결과물 중 하나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