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 원 비싼 가격, 언제쯤 회수할 수 있을까
유지비 절감보다 더 중요하게 따져봐야 할 두 가지 조건
전기차를 사면 유지비가 무조건 줄어든다는 생각은 절반만 맞다. 충전비가 유류비보다 저렴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 보고 섣불리 구매를 결정했다간 후회할 수 있다. 전기차 구매의 경제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따로 있다.
초기 구매 비용의 격차, 운전자의 연간 주행거리, 그리고 충전 환경이 바로 그 세 가지다. 이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유지비 절약’이라는 장점은 체감하기 어렵다. 단순히 유류비와 충전비만 비교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간 주행거리가 짧다면 손익분기점은 멀어진다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평균 1,500만 원 비싼 전기차의 초기 비용을 상쇄하려면, 그만큼 많이 운행해서 충전비 절감 효과를 누적해야 한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경제성 확보 기준은 연간 주행거리 20,000km 이상이다. 출퇴근 거리가 길거나 업무상 운행이 잦은 경우에 해당한다.
반면 연간 주행거리가 10,000km 안팎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운행 자체가 적어 충전비 절감액이 크지 않고, 초기 구매 비용 차이를 회수하는 기간은 무한정 길어질 수 있다. 만약 당신의 연 주행거리가 1만km에 못 미친다면, 전기차 선택의 이유는 경제성보다 조용한 주행감이나 첨단 기능 선호에 가까울 것이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막연한 월평균 주행거리보다 최근 1년간의 실제 주행거리를 확인하고 판단하는 편이 훨씬 정확하다. 이는 자신의 운전 습관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첫 단계다.
충전 환경이 유지비 절감보다 중요할 수 있다
전기차의 편의성은 충전 환경에 따라 극과 극으로 나뉜다. 집이나 직장에 전용 충전 시설(완속 충전기)이 있다면 주차하는 동안 알아서 충전되므로 매우 편리하다. 별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충전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상황은 180도 바뀐다. 매번 공용 급속 충전소를 찾아다녀야 하고, 다른 차가 사용 중이면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충전 요금 자체는 저렴할지 몰라도, 충전소를 오가는 시간과 대기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쌓인다. 이런 불편함은 연료비 절감의 만족감을 쉽게 깎아내린다.
같은 예산에 내연기관차 선택지도 존재한다
구매 예산을 5,0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잡았다면, 전기차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동일한 예산으로 더 높은 차급의 내연기관차나 풍부한 편의사양을 갖춘 모델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배터리와 모터에 지불할 비용으로 공간이나 옵션의 만족도를 높이는 선택도 가능하다.
물론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부드러운 가속감, 디지털 경험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면 판단은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최종 선택 전에 같은 가격대의 내연기관차 견적을 반드시 받아보고 비교하는 과정이다. 5,000만 원이라는 같은 돈으로 어떤 가치를 얻을지는 소비자의 우선순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결론적으로 전기차 구매는 유행이 아닌, 철저히 개인의 조건에 맞춰 결정해야 할 문제다. 연 20,000km 이상 주행하며 집밥(자택 충전)이 가능하다면 경제적 이점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주행거리가 짧고 공용 충전기에 의존해야 한다면, 내연기관차가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