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62만 대 팔던 시절은 옛말, 현지 전기차 공세에 속수무책
“단기 실적에 연연 않겠다”지만 신차 없인 미래도 없다는 냉정한 평가
중국 시장에서 혼다의 입지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불과 5년 만에 판매량이 60%나 곤두박질쳤다. 핵심 배경으로는 현지 전기차의 부상, 가격 경쟁력 약화, 그리고 소프트웨어 열세가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혼다는 철수가 아닌 합작 계약을 10년 더 연장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단기 실적 부진을 감수하고서라도 세계 최대 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5년 만에 60% 증발한 판매량, 현실은 냉혹했다
혼다의 중국 판매량은 2020년 약 162만 대를 정점으로 찍었다. 그러나 지난해 판매량은 64만 대 수준까지 급감했다. 5년 사이 약 60%가 증발한 셈이다.
이 중 광저우자동차그룹(GAC)과의 합작사인 GAC 혼다의 판매량은 약 34만 대였다. 나머지 판매는 둥펑 혼다가 담당했다. 판매량 급감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브랜드의 전기차로 빠르게 이동했기 때문이다.
가격과 소프트웨어 경쟁력에서 현지 업체에 밀린 점이 결정적이었다. 만약 당신이 중국에서 차를 구매한다면, 화려한 디지털 기능과 저렴한 가격의 현지 전기차와 전통의 일본차 사이에서 어떤 고민을 할지 생각해보면 상황은 더욱 명확해진다.
철수설 잠재운 2038년까지의 동행, 그 배경은
판매량 급감에도 불구하고 혼다는 철수 대신 장기전을 선택했다. GAC와의 합작 계약을 기존 2028년에서 10년 더 연장해 2038년까지 사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혼다와 GAC는 1999년부터 중국에서 차량을 생산하며 지금까지 누적 1,100만 대 이상을 판매한 오랜 파트너다. 혼다 측은 중국 자동차 시장의 변화가 빠른 만큼, 사업 환경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단기적인 실적 부진만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이는 일본 경쟁사들의 행보와도 궤를 같이한다.
계약 연장이 반등의 보증수표는 아닌 이유
물론 계약 연장이 판매 회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소비자들은 가격이 저렴하고 디지털 기능이 뛰어난 현지 브랜드를 압도적으로 선호하고 있다. 혼다가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와 공격적인 가격 전략이 필수적이다.
혼다는 이를 위해 중국 전용 전기차 브랜드 ‘예(e:N)’를 선보였다. GAC와 함께 P7을, 둥펑과는 S7을 각각 생산하며 반격을 노렸다. 그러나 두 모델 모두 시장의 초기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혼다가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단순히 사업을 유지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신차 경쟁력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번 계약 연장은 반등의 기회가 아니라 부진을 연장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