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마력짜리 ‘지붕 달린 스쿠터’가 골프 카트 시장을 노리는 진짜 속내
에어백도 없이 도로에 나온다는 이 차, 국내 도입 가능성은 과연
핵심 키워드는 8마력, 2천만 원, 그리고 골프 카트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단어들의 조합 뒤에는 제조사 스텔란티스의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다. 이 차는 2026년 여름, 미국 시장에 상륙하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8마력에 2천만 원, 스펙의 진짜 의미
피아트 토폴리노의 제원은 파격적이다. 모터 출력은 6kW, 마력으로 환산하면 약 8마력에 불과하다. 76마력인 현대차 캐스퍼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다. 최고속도 역시 시속 31km로 제한된다.배터리 용량은 5.4kWh로,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는 74km다. 요즘 국산 전기차 배터리가 70~80kWh인 점을 고려하면 15분의 1도 안 되는 크기다. 사실상 ‘지붕 달린 스쿠터’에 더 가까운 포지션이다.
스텔란티스가 골프 카트 시장을 노린 이유
이런 저성능 차량을 스텔란티스가 미국 시장에 투입한 배경에는 ‘골프 카트’ 시장이 있다. 미국에서는 은퇴자 단지나 해변 마을, 대규모 커뮤니티에서 골프 카트를 일상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는 문화가 넓게 퍼져있다. 시장 규모도 상당하다.스텔란티스는 밋밋한 디자인의 기존 골프 카트 대신, 이탈리아 감성을 담은 토폴리노로 이 시장을 대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기존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신, 새로운 체급을 만들어 무혈입성하려는 그림이다. 여기에 특정 정치권의 초소형차 규제 완화 움직임도 호재로 작용했다.
유지비는 싸지만 안전은 보장 못 한다
토폴리노의 가격은 기본형 기준 약 2,084만 원(1만 3,995달러)부터 시작한다. 밧줄로 문을 여닫는 오픈형 ‘돌체비타’ 버전도 가격이 같다. 이 차의 진짜 무기는 유지비다. DC 급속충전 기능은 아예 없고, 별도 충전기 없이 가정용 콘센트에 꽂으면 5시간 만에 완충된다.배터리가 워낙 작아 한 번 충전에 드는 전기요금은 커피 한 잔 값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명확한 한계도 존재한다. 법적으로 저속차량으로 분류돼 에어백이 없고, 충돌시험 데이터도 없다. 현재는 리조트나 사유지 등 제한된 구역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