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분이면 80% 충전, 주행거리 494km… 압도적 스펙에도 판매량은 ‘글쎄’
더 저렴한 EV3, 넓은 EV5 등장에 수요 분산… ‘출고 4주’가 말해주는 현실
기아 EV6가 파격적인 할인 조건을 내걸었다. 최대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뛰어난 초급속 충전 성능과 긴 주행거리를 갖췄지만, 최근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격 할인의 배경에 시장의 변화가 감지된다.
EV6는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2,900mm에 달하는 휠베이스는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같은 수치로, 외관 크기 대비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한 핵심 요인이다. 배터리를 차체 하단에 배치해 무게중심을 낮추고 주행 안정성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강점은 단연 충전 성능이다.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통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18분이면 충분하다. 롱레인지 모델은 1회 충전 시 최대 494km를 주행할 수 있어 장거리 이동에도 부족함이 없다. 전기차 오너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충전 스트레스를 크게 덜어주는 대목이다.
1020만원 할인에도 판매량이 말해주는 현실
가격표만 보면 매력은 더 커진다. 2026년형 롱레인지 라이트 2WD 트림은 4,760만원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1월 300만원 가격 인하를 시작으로 1~5월 생산분 150만원 추가 할인, EV 체인지 100만원 등 제조사 혜택이 붙는다.
국고 보조금 570만원과 서울시 기준 지자체 보조금 150만원까지 더하면 최대 혜택은 약 1,020만원에 달한다. 모든 조건을 충족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한 금액이 지원되는 셈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2026년 상반기 EV6 국내 판매량은 5,297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동생 격인 EV3는 1만8,431대, EV5는 1만5,965대가 팔려나가며 대조를 이뤘다. 출고 대기 기간이 4~5주로 짧다는 점 역시 수요가 몰리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잘 만든 차가 외면받는 배경엔 EV3가 있었다
판매 부진의 원인을 단순히 제품 경쟁력 부족으로 보기는 어렵다. 시장 환경이 EV6에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탓이 크다. 더 저렴한 가격대의 EV3와 넓은 실내 공간을 앞세운 EV5 등 새로운 대안이 등장하면서 수요가 분산된 것이다.
실제로 4천만원 후반에서 6천만원에 달하는 EV6 가격표를 받아든 소비자가 더 저렴하면서도 상품성을 갖춘 신차로 눈을 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EV6의 독보적이던 포지션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EV6의 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325마력에 달하는 강력한 주행 성능과 18분 초급속 충전, 캠핑 등에서 유용한 V2L 기능은 여전히 매력적인 요소다. 다만, 기아의 전기차 라인업이 촘촘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
최대 1,020만원 할인은 분명 인상적이지만, 모든 조건을 충족할 때의 이야기다. EV6 구매를 고려한다면 생산월 할인과 지역 보조금, 트림별 실제 주행거리와 공간 활용성을 새로운 경쟁 모델들과 같은 저울에 올려놓고 꼼꼼히 비교해야 후회가 없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