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에서 시작된 현대차의 실험, 이제 당신의 아반떼에도 적용된다
차량 구매 후 기능 추가 시대…편리함과 ‘이중 과금’ 논란 사이
현대자동차그룹이 차량 구매 이후에도 운전자가 계속 돈을 내야 하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본격화한다. 바로 ‘기능 구독’ 서비스다. 이 서비스의 대중화를 위해 현대차는 자사의 핵심 차종을 전면에 내세웠다.
시작은 그랜저였지만, 이제 신형 아반떼와 투싼까지 그 대상이 확대된다. 이는 일부 고급차나 전기차에만 적용되던 실험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미 내 차에 장착된 기능을 쓰기 위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 저항이라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놓여있다.
아반떼와 투싼까지 기능 구독이 번진 배경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 포티투닷이 개발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가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해 스마트폰처럼 차량에서 앱을 내려받고,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로 새 기능을 추가하거나 기존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
현대차는 더 뉴 그랜저에 처음 적용했던 이 플랫폼을 디 올 뉴 아반떼와 올 4분기 출시 예정인 신형 투싼에도 탑재한다. 아반떼와 투싼은 국내 판매량 최상위권을 다투는 대표적인 ‘국민차’다. 이들 모델에 구독 서비스 기반이 깔리면, 관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 2천만대 규모의 플레오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구상이다.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도가 엔진 출력과 옵션 수에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비자 저항, 현대차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
소비자 입장에서 기능 구독은 장점과 단점이 명확히 갈린다. 차량 구매 시 모든 옵션을 한 번에 선택하지 않고, 필요할 때 필요한 기능만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가령 겨울에만 열선 시트가 필요한 운전자라면, 해당 기간에만 월 구독료를 내고 기능을 이용하는 합리적 소비가 가능해진다.
반면, 이미 차량에 탑재된 하드웨어를 사용하는데 돈을 또 내야 한다는 거부감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이중 과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구독 기간이 길어지면 일회성으로 옵션을 구매하는 것보다 총비용이 오히려 비싸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테슬라의 감독형 자율주행 기능이나 기아 EV9의 원격 주차 보조 등 일부 모델에서만 제한적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대중 모델로 확대될 경우, 운전자 보조 기능부터 편의 기능까지 유료 구독 대상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결국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가격과 구독 대상을 제시하는 것이 현대차 구독 경제 성공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