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충전, 노면 스캐닝 기술까지… 화려한 스펙 뒤에 숨겨진 진짜 가치는 따로 있었다
1시간 완판 기록은 시작일 뿐, 실제 오너들이 주목한 건 의외의 지점이었다
2톤이 넘는 거대한 차체가 스포츠카처럼 움직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의 ‘9X’가 출시 1시간 만에 완판됐다는 소식과 함께 전해진 이야기다. 이 차는 단순히 덩치 큰 전기 SUV가 아니다.
핵심은 초고속 충전, 능동형 승차감 제어, 그리고 의도된 희소성 전략에 있다. 화려한 기술 목록 이면에 제조사가 진짜 노린 가치는 다른 곳에 있었다.
시장의 초기 반응은 뜨거웠지만, 공개되지 않은 정보들 사이로 실제 가치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시간 완판은 희소성 전략의 결과였다
‘1시간 완판’이라는 소식은 시장의 폭발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 판매 수량이 공개되지 않아 그 의미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는 대량 판매 모델과 다른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주문 생산 및 희소성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뛰어난 성능만큼 ‘남들과 다른 차를 먼저 소유한다’는 만족감을 자극하는 것이다. 다만 이 희소성이 실제 차량 가치로 이어질지는 구체적인 가격과 생산 물량, 중고차 시장 수요가 공개된 후에야 명확해진다.
초고속 충전 약속은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지커 9X가 내세우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수분 충전으로 수백km 주행’이 가능한 초고속 충전이다. 높은 전력 밀도와 에너지 효율로 충전소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설명이다. 장거리 출장이 잦은 운전자라면 배터리 총용량보다 휴게소에서 보내는 시간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충전 시간이 짧아지면 전체 이동 시간이 줄고 일정 관리도 수월해진다. 하지만 실제 성능을 가늠할 핵심 정보는 빠져있다. 최대 충전 출력(kW)과 배터리 용량(kWh), 그리고 ‘수백 km’ 주행의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실제 충전 환경에서의 경험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무거운 차체에도 승차감을 지킨 비결이 있었다
공차중량 2톤이 넘는 대형 SUV는 안정감이 장점이지만, 가속과 코너링에서는 둔한 움직임을 보이기 쉽다. 지커 9X는 고강도 복합 합금으로 차체 강성을 높여 비틀림을 억제하고, 이를 통해 운전자의 조작에 더 민첩하게 반응하도록 설계했다. 스포츠카처럼 움직인다는 평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나왔다.
여기에 노면을 미리 스캔해 서스펜션을 선제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더해졌다. 과속방지턱을 넘기 전 차체가 미리 대비해 충격을 흡수하고, 흔들림을 빠르게 제어하는 방식이다. 외부 소음을 반대 주파수로 상쇄하는 능동형 소음 상쇄 기술까지 더해져, 무거운 차체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정숙성과 안정적인 승차감을 구현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지커 9X는 초고속 충전과 고강도 차체, 능동형 승차감 제어 등 첨단 기술을 집약한 대형 SUV다. 1시간 완판 주장은 초기 수요와 희소성 전략을 보여주지만, 핵심 수치가 공개되지 않아 시장의 실제 반응으로 보기는 어렵다.
구매를 검토한다면 화려한 기술 설명보다 실제 국내 충전 환경과 서스펜션의 체감 성능, 그리고 사후 서비스 체계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지커 9X의 가치는 수많은 기술을 담았다는 사실보다, 그 기능들이 일상 주행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고 유용하게 작동하는지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