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마력, 제로백 3초의 괴물이 도로를 파괴한다는 경고. 미국 안전 기관의 테스트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국내 도입 시 운전 면허 체계까지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GM의 대형 전기 픽업 ‘GMC 허머 EV’가 도로의 새로운 위협으로 떠올랐다. 단순한 크기 문제가 아니다. 4톤이 넘는 육중한 무게와 폭발적인 성능이 맞물리면서 기존의 안전 기준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충돌 테스트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고, 이는 국내 도로 환경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이 거대한 전기차가 도로 인프라와 안전 규범에 던지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가드레일도 소용없는 4.1톤의 무게
허머 EV의 제원은 상식을 뛰어넘는다. 공차중량만 4,103kg으로, 국산 중형 세단의 3배에 가깝다. 이 무게의 핵심은 배터리다. 200kWh가 넘는 대용량 배터리 팩 하나의 무게가 1.3톤에 달하는데, 이는 경차 한 대와 맞먹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 거대한 질량이 감당하기 힘든 운동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실시한 충돌 테스트에서 허머 EV는 일반적인 가드레일을 그대로 뚫고 지나가는 결과를 보였다. 도로 위 다른 운전자에게는 그야말로 ‘달리는 탱크’와 충돌하는 것과 같은 위협이다.
제로백 3초 성능이 도로 인프라를 위협한다
엄청난 무게에 더해 성능은 슈퍼카급이다. 3개의 전기 모터가 뿜어내는 최고출력은 1,000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초다. 4톤이 넘는 거구가 스포츠카처럼 가속하는 셈이다.
이러한 가속력은 도로 아스팔트와 교량 같은 사회 기반 시설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 전문가들은 허머 EV 같은 초고중량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도로 노후화가 가속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오래된 주차장 건물의 바닥 하중 기준을 초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들어오면 내 면허로 몰 수 있을까
허머 EV가 만약 국내에 정식 출시된다면 또 다른 혼란이 예상된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총중량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는 차량은 1종 보통 면허로 운전할 수 없고, 화물차 관련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이 기존의 법과 제도를 앞지르는 상황이다. 압도적인 스펙을 자랑하는 괴물 트럭의 등장은 단순히 친환경차 보급을 넘어, 우리 사회의 안전 시스템 전반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