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충돌 시 하지부 상해 7배… 안전 문제로 결국 칼 빼든 정부

물류 현장에선 회전반경·적재공간 축소 우려 목소리도



‘사장님들의 발’로 불리는 현대 포터와 기아 봉고가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다. 2027년부터는 현재와 같은 형태의 신차를 더는 볼 수 없게 된다. 정부가 강화된 안전기준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핵심은 ‘캡오버’ 구조다. 운전석 아래에 엔진을 배치해 좁은 골목길 주행과 적재공간 확보에 유리했지만, 안전성에는 한계를 보였다.

단순히 차종이 단종되는 것을 넘어, 국내 소형 화물차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는 신호탄이다.



사망 위험 5.3배, 캡오버 구조의 한계 드러났다



캡오버 트럭의 구조적 문제는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2018년부터 5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캡오버형 소형 화물차는 사고 시 중상 이상 상해 비율이 승용차보다 3.1배 높았다.

사망 위험은 더욱 심각하다. 사상자 1만 명당 사망자 수는 5.9명으로, 승용차의 5.3배에 달했다. 특히 정면충돌 시 운전자의 하지부 상해 발생률은 승용차 대비 7배나 높게 나타났다.

운전석 앞에 충격을 흡수할 공간, 즉 ‘크럼플 존’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포터는 세미보닛, 봉고는 PBV로 방향이 갈렸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현대차는 ‘세미보닛’ 구조를 택했다. 운전석 앞쪽에 엔진룸 공간을 만들어 충돌 안전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최근 공개된 ST1이 대표적이며, 후속 1톤 트럭(LT2 계열) 역시 LPG와 전기 파워트레인을 얹은 세미보닛 형태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BYD의 T35 같은 수입 전기트럭도 이 구조를 채택했다.

기아는 아예 판을 새로 짰다.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인 PV5, PV7을 전면에 내세운다.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처음부터 물류 환경에 최적화해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안전 잡았지만 현장은 가격·크기 걱정한다



안전성 확보라는 명분은 확실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복잡하다. 당장 차체 구조 변화에 따른 불편을 우려한다. 세미보닛 구조는 차량 전장이 길어져 회전반경이 커질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좁은 길을 오가는 배송기사에게는 민감한 문제다. 전장을 유지하며 앞부분을 늘리면 반대로 적재함 길이가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규 플랫폼과 안전사양 추가에 따른 가격 인상도 피하기 어렵다. 생계 수단으로 트럭을 구매하는 영세 사업자에게 수백만 원의 가격 차이는 큰 부담이다. 전기차 비중이 늘면서 불거질 충전 인프라 문제도 남은 과제다.



캡오버 1톤 트럭의 퇴장은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흐름이다. 하지만 포터와 봉고가 수십 년간 시장을 지배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새로운 1톤 트럭들은 강화된 안전성을 무기로 나오지만, 기존 모델의 장점이었던 공간 효율성과 기동성까지 얼마나 계승할 수 있을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디젤 모델 단종 때처럼 캡오버 신차 판매가 중단되면 중고차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으로 1톤 트럭 구매자는 가격뿐 아니라 회전반경, 적재 규격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