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르부르크링에서 포착된 한 장의 사진, 단순한 마력 경쟁을 거부한 BMW M의 고집
4개 모터와 토크 벡터링, 숫자를 넘어선 BMW의 진짜 승부수는 따로 있었다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 두꺼운 위장막을 두른 차 한 대가 타이어 연기를 내뿜으며 코너를 빠져나간다. 2028년 출시를 목표로 한계 테스트에 한창인 BMW M3 전기차 프로토타입이다.
그런데 이 차가 이토록 거칠게 내달리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백미러 바로 뒤로 노란색 세단 한 대가 바짝 붙어 맹렬히 추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추격자의 정체는 중국 샤오미의 고성능 전기차 SU7 울트라. 1,500마력이 넘는 괴물 스펙을 자랑하는 차가 M3 전기차를 압박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1500마력의 등장이 불러온 출력 경쟁 논란
샤오미 SU7 울트라는 최고출력 1,526마력이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앞세운 모델이다. 이미 뉘르부르크링에서 강력한 성능을 입증하며 초고성능 전기차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런 차가 M3 전기차 프로토타입을 추격하는 모습이 포착되자, 차세대 M3의 출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많은 이들은 BMW 역시 1,000마력대 출력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 예상했다.
BMW가 마력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 진짜 이유
예상과 달리 BMW M 브랜드의 선택은 달랐다. 무모한 숫자 경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프랭크 반 밀 BMW M 총괄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1,000마력이 넘는 출력은 운전자가 온전히 제어하기 어려워 큰 의미가 없다”고 직접 밝혔다. 과시용 스펙보다 운전자가 완벽하게 통제 가능한 영역에서 최상의 즐거움을 추구하겠다는 브랜드 철학이다.
실제로 차세대 M3 전기차는 800마력 안팎의 현실적이면서도 강력한 출력을 목표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641마력)의 출력으로도 부족함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현실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숫자가 아닌 제어력으로 승부하는 진짜 무기
BMW가 내세우는 진짜 무기는 마력 수치가 아닌 압도적인 차체 제어 기술에 있다. 차세대 M3 전기차는 각 바퀴에 하나씩, 총 4개의 독립 전기모터를 탑재한다.
이 쿼드 모터 시스템은 운전자 선택에 따라 후륜구동과 사륜구동을 자유롭게 오가며 최적의 주행 성능을 구현한다. 특히 코너링 시 각 바퀴의 구동력을 초정밀 단위로 독립 제어하는 토크 벡터링 기술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내연기관 M3 특유의 날카로운 핸들링과 운전의 ‘손맛’을 전기차 시대에도 그대로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직선 주로에서는 더 빠른 전기차가 등장할 수 있지만, 운전의 재미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스펙 싸움이 치열한 전기차 시장에서 BMW M이 제시하는 새로운 방향성은 브랜드의 전설적인 모델 E30 M3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