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유리 길이만 2.4미터, 제로백 2.1초 스펙 공개
‘오일머니’ 야심작에도 시장 반응이 신중한 이유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우디 국부펀드가 설립한 첫 자체 전기차 브랜드 ‘시어(Ceer)’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공개된 첫 모델 ‘엑소봇’은 상식을 벗어난 사양으로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엑소봇은 최고출력 1,111마력, 세계 최장 길이의 2.4미터 전면 유리, 그리고 사막의 폭염을 순식간에 식히는 냉각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탈석유 시대를 준비하는 사우디 왕실의 야심이 담긴 이 전기차를 두고 시장의 평가는 복잡하게 엇갈린다.
보닛과 지붕 이은 2.4미터 통유리, 디자인부터 달랐다
엑소봇의 외관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단연 전면 유리다. 보닛부터 지붕까지 경계 없이 하나로 이어진 일체형 윈드실드는 그 길이가 무려 94.4인치, 약 2.4미터에 달한다. 이는 현재까지 공개된 양산차 중 가장 길고 평평한 기록이다.
이 파격적인 디자인은 기존 자동차 설계의 문법을 완전히 파괴한 시도다. 일반적인 자동차의 앞유리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크기와 형태로, 시어는 브랜드의 첫인상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막 65도 폭염도 10분 만에 식히는 기술의 배경
성능은 디자인보다 더 인상적이다. 3개의 전기 모터를 탑재해 합산 최고출력 1,111마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단 2.1초면 충분하다. 슈퍼카와 직접 경쟁이 가능한 수준의 가속력이다.
사우디의 기후 특성을 반영한 기술도 주목할 부분이다. 3중 은도금 열차단 글라스와 고출력 공조 시스템을 결합해, 섭씨 65도에 달하는 실내 온도를 10분 만에 32도까지 낮춘다. 국내 한여름 폭염도 가볍게 느껴질 수준의 강력한 냉각 성능이다. 112kWh 대용량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670km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압도적 스펙에도 시장이 신중한 시선을 보내는 이유
엑소봇의 공개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원유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려는 사우디의 국가적 비전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과감한 접근이 신선하다는 반응도 있다.
반면 신생 브랜드가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은 높다. 아무리 막대한 자본을 투입했더라도, 실제 양산 품질과 사후 서비스망, 브랜드 신뢰도를 단기간에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수십 년간 기술과 인프라를 쌓아온 기존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오일머니’가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