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백 2.8초, 600km 주행… 압도적 스펙에도 ‘감성적 편안함’이 최우선
숫자 경쟁 대신 럭셔리 승차감 선택한 벤틀리, 첫 순수 전기 SUV ‘토르칼’ 공개
럭셔리 자동차의 상징 벤틀리가 브랜드 첫 순수 전기 SUV ‘토르칼(Torcal)’을 공개했다. 기존 대표 SUV인 벤테이가의 전동화 모델이 아닌, 브랜드의 미래 방향성까지 제시하는 네 번째 독립 라인업이다.
고성능 버전인 ‘토르칼 S’는 888마력, 제로백(0→96km/h) 2.8초라는 압도적인 성능을 갖췄다. 하지만 벤틀리는 기술적으로 더 빠른 가속이 가능했음에도 의도적으로 성능을 제한하는 이례적인 선택을 했다.
단순한 숫자 경쟁을 넘어선 럭셔리 브랜드의 고집 뒤에는 예상치 못한 이유가 숨어있다.
888마력 성능을 일부러 제한한 배경 있었다
고성능 전기차 시장은 0.1초라도 빠른 제로백을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벤틀리의 판단은 달랐다. 개발팀은 지나치게 빠른 가속이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에게 신체적 불쾌감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일부 초고성능 전기차를 타보면 순간적인 중력가속도에 속이 불편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벤틀리는 이런 과도한 자극 대신 특유의 여유로운 승차감을 유지하는 것이 브랜드 가치에 더 부합한다고 결론 내렸다. 숫자 놀음보다 탑승자가 느끼는 감성적 편안함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이다.
압도적 스펙이 럭셔리 승차감을 뒷받침한다
물론 성능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기본형 토르칼만 해도 최고출력 821마력, 최대토크 1,194Nm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두 트림 모두 800V 고전압 시스템을 기반으로, 실제 사용 가능한 용량 기준 113kW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했다.
1회 충전 시 유럽(WLTP) 기준 최대 60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최대 400kW 초급속 충전을 지원해 배터리 1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급할 경우 7분 충전만으로 약 161km를 달릴 수 있는 효율도 갖췄다.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차체 길이는 5m에 달하지만 벤틀리의 4도어 라인업 중에서는 가장 컴팩트한 비율을 지녔다. 그럼에도 트렁크 460리터, 전면 보닛 아래 프렁크 90리터 등 넉넉한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외관은 조명이 들어오는 거대한 다이아몬드 그릴과 날렵한 주간주행등으로 벤틀리 고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동시에 차체 표면의 불필요한 선을 줄이고, 입체적인 면 자체로 우아함과 역동성을 강조해 미래지향적인 인상을 완성했다.
토르칼은 단순히 빠른 전기차가 아니라, 전통적 우아함과 첨단 기술의 조화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자극적인 가속력 경쟁 대신 탑승자의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삼은 브랜드의 철학이 돋보인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