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임대료 10배 폭등
이란 전쟁 최대 수혜 기업 ‘장금상선’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벌어지며 세계 석유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진 가운데, 한국 해운사 장금상선이 예상치 못한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다. 전쟁 직전 초대형 유조선을 대거 확보해 둔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하루 수억원에 달하는 임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금상선은 전쟁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을 공격적으로 확보해 왔다. VLCC는 한 번에 약 2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 대형 유조선으로, 글로벌 원유 운송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회사 측은 중고 선박 매입과 임대 계약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선단 규모를 빠르게 늘렸다. 업계에서는 현재 장금상선이 통제하는 VLCC 규모가 약 100~150척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 세계 VLCC 선단의 약 10% 안팎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과정에서 약 30억달러(약 4조5000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해운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너무 공격적인 투자”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이 투자는 결과적으로 큰 수익 기회로 이어졌다.
이란과 서방 간 충돌로 중동의 핵심 해상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원유 운송에 큰 차질이 생겼다. 원유를 실은 선박들이 이동하지 못하면서 육상 저장 시설이 빠르게 가득 찼기 때문이다.
이때 정유회사들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유조선을 임시 저장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원유를 배에 실은 채 바다에 보관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유조선이 일종의 “바다 위 창고” 역할을 하게 됐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유조선 임대료도 폭등했다. 초대형 유조선 하루 임대료는 약 50만 달러(약 7억5000만원) 수준까지 올라 지난해 평균 운임보다 약 10배 가까이 상승했다.
장금상선은 전쟁 이전부터 페르시아만 인근에 일부 유조선을 대기시켜 두고 있었는데, 이 선박들이 바로 이런 임대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전략의 배경에는 장금상선 창업주 정태순 회장과 장남 정가현 이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현 이사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주요 선박 투자와 계약을 직접 챙기는 경영 스타일로 전해진다. 특히 시장 상황을 빠르게 판단해 선박을 확보하고 운용하는 전략이 이번 수익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두고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해운 시장이 얼마나 크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분석한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현재까지는 장금상선이 미리 확보한 유조선들이 글로벌 에너지 혼란 속에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