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주차 중 90대 시어머니 참변
“차에서 내리고 알았다”
10일 충북 옥천경찰서에 따르면 60대 A씨는 자택 차고에 차량을 주차하다 90대 시어머니 B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적용 혐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다.
사고는 전날인 9일 오후 2시께 충북 옥천의 한 단독주택 차고에서 발생했다.
A씨는 남편과 함께 교회를 다녀온 뒤 승용차를 차고에 전면으로 주차하고 있었다. 당시 B씨는 차고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쉬고 있었고, 주차하던 차량의 운전석 전면부에 치인 것으로 조사됐다.
차고 진입로가 오르막이어서 운전석에서는 B씨가 잘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에서 내린 뒤에야 사고가 난 사실을 인지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가 평소에도 차고에서 휴식을 취했다는 가족 진술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과 A씨가 운전자로서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자동차 사각지대라고 하면 흔히 차량 좌우나 뒤쪽을 떠올리지만 차량 바로 앞쪽에도 운전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영역이 생길 수 있다.
운전자는 차량 내부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앉아 앞을 바라본다. 이때 보닛과 차체 구조 등에 가려 차량 바로 앞의 낮은 위치는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어린이나 몸집이 작은 사람, 바닥에 쪼그려 앉거나 누워 있는 사람은 서 있는 성인보다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주차 공간의 구조도 변수다. 평지와 달리 오르막이나 내리막으로 된 진입로에서는 차량의 기울기에 따라 운전자가 보는 각도가 달라진다. 차고 입구가 좁거나 기둥과 벽, 적재물 등이 주변에 있다면 확인하기 어려운 공간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차고나 주차장은 차량이 느리게 움직이는 곳이라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특히 차량이 자주 드나드는 차고 바닥이나 주차면, 진입로에 앉거나 쪼그려 쉬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좁은 차고나 경사진 주차장처럼 시야 확보가 충분하지 않은 곳에서는 속도를 최대한 낮추고 주변을 확인하면서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발하거나 주차 공간에 진입하기 전 차량 앞뒤에 사람이나 장애물이 없는지 직접 살피는 습관도 필요하다.
차량에 전방·후방 카메라나 주차 센서, 어라운드뷰 등의 기능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장비도 카메라의 촬영 범위나 장애물의 위치·크기 등에 따라 모든 위험요소를 완벽하게 감지한다고 볼 수는 없다. 화면과 센서만 믿기보다 직접 눈으로 주변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특히 가족이 마당이나 차고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차량을 움직이기 전에 위치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곧바로 ‘주변에 사람이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운전석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구역이 있거나 좁은 공간을 통과해야 한다면 차량을 멈추고 내려서 확인하거나 동승자에게 밖에서 안전 여부를 봐달라고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차량 주변에 있는 사람 역시 운전자가 자신을 당연히 보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차량이 시동을 켜고 있거나 곧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면 차 앞뒤나 바로 옆에 머무르는 것을 피하고 충분한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특히 몸을 낮추거나 쪼그려 앉아 있으면 운전자에게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부득이하게 차량 가까이 있어야 한다면 운전자와 눈을 맞추거나 손짓·목소리 등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리고, 운전자가 이를 인지했는지 확인한 뒤 움직이는 것이 안전하다. 어린이나 고령자가 차량 주변에 있을 때는 가족이 이동을 도와주는 것도 방법이다.
주택 차고처럼 매일 이용하는 익숙한 공간은 오히려 경계심이 낮아지기 쉽다. 그러나 자동차의 사각지대는 도로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차고와 주차장에서도 운전자에게 보이지 않는 공간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차량을 움직이는 사람과 주변에 있는 사람 모두 ‘상대방이 나를 봤을 것’이라는 추측보다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