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노동보다 더 힘들었던 이유

명절 당일 방문 대신 외식·여행…요즘 부부들의 달라진 선택

MBC 아나운서 출신 문지애 전종환 부부가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생활명품 문지애’ 캡처


결혼 15년 차에 접어든 문지애·전종환 아나운서 부부가 명절을 둘러싼 오랜 관행에 작은 변화를 선언했다. 이들은 명절에 시댁을 찾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다수가 명절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꼽는 음식 준비나 설거지 같은 ‘노동’은 애초에 없었다. 그럼에도 부부가 힘들어했던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두 사람이 찾은 해법은 의외로 간단했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들 부부는 ‘공간’과 ‘압박감’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통해 자신들만의 명절 문화를 찾아냈다.

MBC 아나운서 출신 문지애 전종환 부부가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생활명품 문지애’ 캡처


노동이 없는데도 스트레스 받았던 진짜 배경



상황은 전종환의 고백에서 시작된다. 그는 결혼 초기, 아내에게 일을 시키지 않는 부모님 덕에 갈등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3~4년이 지나면서 명절이라는 시간과 공간에 6시간가량 함께 있는 것 자체가 힘듦의 근원임을 깨달았다.

‘우리는 화목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자신과 아내 모두를 짓눌렀다는 것이다. 문지애 역시 아이가 없던 시절, 어른들과의 대화 소재가 고갈되고 나면 어색한 시간을 억지로 채워야 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MBC 아나운서 출신 문지애 전종환 부부가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생활명품 문지애’ 캡처


명절 당일 방문, 그 공식을 깨고나니 보인 것들



해법을 찾기 위해 부부는 기존의 틀을 바꿨다. ‘추석 당일 양가를 모두 방문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부터 버렸다. 명절 일주일 전 주말에 미리 만나거나, 비용을 조금 더 들여 특별한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1박 펜션 여행으로 대체하고 있다. 문지애는 “새로운 장소에서는 정해진 역할에서 자유로워진다”고 설명했다. 집에 있으면 누군가는 일하고 누구는 쉬는 익숙한 풍경이 펼쳐지지만, 여행지에서는 모두가 동등한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부엌에, 다른 누군가는 거실에 있는 풍경에 불편함을 느꼈다면 공감할 만한 대목이다.

전종환 또한 “어머니가 주방에 계신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운데, 아내나 내가 하겠다고 나서도 말리시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역할 갈등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명절 문제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이들 부부의 사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매년 명절마다 반복되는 고민과 맞닿아 있다. 시댁 방문, 역할 분담, 장거리 이동 등을 둘러싼 갈등은 더 이상 소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가족의 상황에 맞춰 방문 날짜를 조정하거나 외식, 여행으로 명절을 보내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해진 틀을 고수하기보다, 구성원 모두의 부담을 줄이는 새로운 명절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