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전용 시설 넘어 ‘보이지 않는 장애’까지 케어… 제2터미널에 조성
“공황장애·발달장애도 편안하게” 해외 공항에만 있던 ‘센서리 룸’ 국내 도입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 ‘비행 불안’ 잡는다
해외여행의 설렘보다 비행기 탑승에 대한 막연한 공포나 폐쇄된 공간에서의 불안감을 먼저 느끼는 이용객들이 적지 않다. 그동안 공항의 편의 시설이 휠체어 이용자나 노약자 같은 신체적 약자를 돕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심리적·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섬세한 배려가 더해질 전망이다.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은 이달 중 제2여객터미널 내 교통약자 라운지에 ‘심리안정실’을 조성한다. 이는 발달장애인, 공황장애 환자, 치매 어르신 등 평소 정서적 안정이 필수적인 승객들이 비행기 탑승 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심박수를 조절하고 심리적 평온을 되찾도록 돕는 전용 공간이다.
바닥 카펫부터 방음문까지… 오감 만족 ‘힐링 공간’
현재 공사가 한창인 심리안정실은 일반적인 휴게실과는 차원이 다른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외부 소음을 완벽히 차단하는 방음문과 푹신한 바닥 카펫은 기본이다. 여기에 시각적 안정을 주는 버블 튜브, 은은한 빛을 내는 광섬유 커튼, 정서 순화에 도움을 주는 휠 프로젝터 등 전문 심리 안정 기구가 대거 들어선다.공항 이용객 중에는 낯선 환경과 수많은 인파, 복잡한 안내 방송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발달장애 승객의 경우 갑작스러운 감각 과부하로 ‘멜트다운(감정 조절 불능)’ 상태에 빠지기도 하는데, 심리안정실은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는 방어막 역할을 하게 된다. 물리적 장벽을 없애는 ‘배리어 프리’를 넘어, 마음의 장벽까지 허무는 ‘포용적 공항’으로의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
해외는 이미 보편화… 기내 좌석까지 설치해 연습
글로벌 주요 공항들은 이미 ‘센서리 룸(Sensory Room)’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시설을 활발히 운영 중이다. 미국 피츠버그 국제공항에 마련된 ‘프레슬리스 플레이스’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단순히 쉬는 곳을 넘어 ‘실전 연습’ 공간으로 활용된다. 실제 항공기 객실과 똑같은 좌석과 선반, 창문을 배치해 비행기 탑승을 무서워하는 승객이 미리 환경을 경험하고 적응하도록 돕는다.미국 애틀랜타 공항 역시 자폐 전문 의료진과 협력해 내부를 꾸몄다. 물방울이 솟아오르는 기둥이나 촉각 패널, 미니 볼풀 등을 배치해 불안함을 느끼는 승객이 감각 놀이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평정심을 찾도록 유도한다. 인천공항의 이번 시도 역시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춘 행보로 볼 수 있다.
항공업계 전문가 A씨는 “현대인들 사이에서 공황장애나 폐쇄공포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런 시설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장애인뿐만 아니라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는 일반 승객에게도 공항 문턱을 낮추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현재 심리안정실 조성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공항을 이용하며 긴장과 불안을 느끼는 여객들이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길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