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한국전쟁 격전지… 다리에 새겨진 이름의 진짜 의미

다리 건너자마자 펼쳐지는 폭포와 고즈넉한 사찰 풍경은 ‘덤’

사진 :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 / 파주 문화관광 제공
주말이면 서울 근교로 떠나는 나들이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장소가 있다. 입장료 없이 아찔한 스릴을 맛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폭포와 사찰까지 이어진다는 점이 방문객의 발길을 끈다.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찾았다가 그 웅장함과 숨겨진 역사에 놀라는 이들이 많다. 이곳은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감악산 출렁다리’다. 주탑 없이 150m 길이로 계곡을 가로지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압도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다리는 산악 현수교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길이로, 성인 900명이 동시에 지나가도 될 만큼 튼튼하게 설계됐다. 하지만 주탑이 없는 구조적 특성상,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느껴지는 출렁임은 방문객에게 짜릿한 긴장감을 안긴다.
사진 :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 / 파주 문화관광 제공

입장료는 없는데 주차비 2천원은 받았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비용 부담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출렁다리를 건너고 주변 명소를 둘러보는 데 드는 입장료는 없다. 다만 자가용 이용 시 소형차 기준 하루 2,000원의 주차 요금만 내면 된다. 카드 결제만 가능하니 방문 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주차 후 약 10분에서 15분가량 완만한 길을 오르면 거대한 출렁다리가 눈앞에 나타난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 아이나 어르신을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는 수준이다. 주말이면 이 길은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사진 :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 / 파주 문화관광 제공

다리 이름에 영국군 이름이 붙은 배경

감악산 출렁다리는 그저 아름다운 다리가 아니다. 다리 입구에는 ‘글로스터 영웅의 다리’라는 또 다른 이름이 붙어있다. 이는 한국전쟁 당시 이곳 설마리 계곡에서 벌어진 치열했던 전투와 관련이 깊다.

당시 중공군에 맞서 싸우다 수많은 희생자를 낸 영국군 글로스터셔 연대 1대대를 기리기 위한 이름이다. 멋진 풍경을 즐기며 다리를 건너는 동안, 잠시나마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스러져간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겨볼 수 있다. 다리 중간에서 바라보는 깊은 계곡은 역사의 무게를 더한다.

출렁다리가 끝이 아니었던 진짜 이유

이 다리 하나만 보고 돌아간다면 전체의 절반만 즐긴 셈이다. 출렁다리를 모두 건너면 새로운 풍경이 기다린다. 약 250m 정도 숲길을 따라 더 걸으면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운계폭포가 나타난다.
사진 : 운계폭포 / 파주 문화관광 제공
여름철에는 서늘한 기운과 청량한 물소리가 더위를 식혀주는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한다. 폭포 근처에는 고즈넉한 사찰인 범륜사도 자리해, 산행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고 평온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이곳에서 감악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도 이어져 있어 본격적인 산행을 계획한 이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문산역에서 차량으로 약 30분 거리에 있어 대중교통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 이번 주말,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중 산책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