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폭염 피하려다 ‘문화재’ 놓칠라… 군산시가 내놓은 의외의 해법
내부 구경은 못 해도 괜찮아, 영화 속 풍경과 저녁 바람이 기다리는 곳
8월의 폭염은 여행객의 동선을 바꿔놓는다. 특히 야외 활동이 많은 원도심 여행은 한낮의 뜨거운 열기를 피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데 이례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오히려 저녁 7시까지 문을 더 활짝 열었다. 폭염이 되려 관람 시간을 늘린 셈이다.
이 결정 뒤에는 문화재의 구조적 한계와 관람객의 안전을 동시에 고려한 현실적인 이유가 숨어있다.
한낮의 태양열, 문 열어도 들어갈 수 없는 속사정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국가등록문화유산 제183호로, 원형 보존이 최우선이다. 이 때문에 관람은 실내 진입을 통제하고 야외 정원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문제는 전통 목조 주택의 특성이다. 한낮의 태양열을 그대로 머금는 구조 탓에 내부 온도는 급격히 상승한다. 무더위에 지친 관람객에게 그늘 없는 정원에서의 관람은 상당한 체력적 부담을 안긴다.
결국 군산시는 역발상을 택했다. 가장 무더운 시간대를 피해 선선한 저녁 바람과 함께 가옥을 즐길 수 있도록 문을 더 오래 열기로 한 것이다. 이는 관람객의 온열 질환 위험을 줄이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려는 조치다.
영화 타짜 속 그 집, 저녁 7시면 충분하다
이번 하절기 특별 연장 운영은 2026년 9월 27일까지 이어진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입장 마감은 오후 6시 40분이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관일이지만 별도의 관람료는 없다.일제강점기 포목상 히로쓰 게이사브로가 지은 이 가옥은 해방 후 호남제분과 한국제분 소유를 거치며 근현대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었다. ‘ㄱ’자 형태의 건물과 2층 다다미방은 1920년대 당시의 생활상을 엿보게 한다.
무엇보다 이곳은 영화 〈타짜〉에서 평경장(백윤식 분)의 집으로 등장하며 대중에게 각인됐다.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며 정원을 거닐다 보면, 왜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지 실감하게 된다. 만약 당신이 영화 팬이라면, 해 질 녘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더욱 특별한 경험을 안겨줄 것이다.
차 없이 1km, 근대 골목길 산책의 시작점
신흥동 일본식 가옥 관람을 마쳤다면 본격적인 원도심 도보 여행의 시작이다. 반경 1km 이내에 주요 근대문화유산이 밀집해 있어 굳이 차를 타고 이동할 필요가 없다.
가옥에서 도보 1~2분 거리의 말랭이마을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월명동 일대를 천천히 걸어보는 코스를 추천한다. 시간이 맞는다면 문화관광해설사와 동행하는 연계 해설 코스도 좋은 선택이다. 약 1시간 동안 동국사까지 걸으며 군산의 숨은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다.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동국사길 16) 역시 하절기에는 오후 7시까지 문을 열어 저녁 산책의 운치를 더한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