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미국 전기차 시장 14개월 만에 첫 감소, 현대차·기아 판매량 급감하며 위기론 대두…테슬라 독주 속 혼다·볼보 등은 급성장하며 희비 교차

현대차 전기차, 기아 전기차의 미국 시장 질주에 급제동이 걸렸다. 2025년 4월,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한 미국 전기차 판매량 데이터에서 현대차그룹이 유독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제네시스는 386대 판매에 그치며 K-프리미엄 전기차의 자존심을 구겼다.
제네시스 GV60 부분변경 정면 (출처=제네시스)
제네시스 GV60 부분변경 정면 (출처=제네시스)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미국 전기차 시장의 파티가 끝나고 ‘속도 조절’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유독 현대차그룹의 하락 폭이 두드러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8% 급감, 처참했던 4월의 성적표

지난 4월, 미국에서 팔린 전기차는 총 97,833대로 1년 전보다 4.4% 줄었다. 시장 전체가 주춤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성적표는 더욱 처참했다.
제네시스 GV60 부분변경 측면 (출처=제네시스)
제네시스 GV60 부분변경 측면 (출처=제네시스)


현대차는 전년 동월 대비 25% 감소한 4,796대를 팔아 5위로 내려앉았고, 기아는 판매량이 무려 68%나 곤두박질치며 1,714대 판매에 그쳤다. 야심 차게 내놓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전기차는 386대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경쟁자인 폴스타(540대)의 뒤꽁무니를 바라보는 신세가 됐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현대차그룹이 4월 한 달간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차를 모두 합쳐도, 같은 기간 한국 내수 판매량보다 적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치다.

웃은 혼다 vs 울상 된 토요타, 엇갈린 희비

물론 현대차그룹만 어려움을 겪은 것은 아니다. 토요타(-77%)와 폭스바겐(-46%) 역시 판매량이 급감하며 울상을 지었다. 부동의 1위 테슬라마저 판매량이 14% 줄었지만, 3만 9,913대를 팔아 여전히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제네시스 GV60 부분변경 측정면2 (출처=제네시스)
제네시스 GV60 부분변경 측정면2 (출처=제네시스)
반면, 이 기회를 틈타 무섭게 치고 올라온 브랜드도 있다. 혼다는 무려 2,359%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기록했고, 볼보(263%), 포르쉐(157%) 등도 가파른 상승세로 시장의 판도를 흔들었다. K-전기차가 주춤하는 사이, 경쟁자들은 빠르게 빈자리를 꿰차고 들어온 셈이다.

“보조금 줄고, 충전은 불안”…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

미국 현지에서는 전기차 시장의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꼽힌다.

제네시스 GV60 부분변경 실내 (출처=제네시스)
제네시스 GV60 부분변경 실내 (출처=제네시스)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들고, 완성차 업체들마저 투자 속도를 조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여전히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과연 한 번 충전으로 얼마나 갈까’하는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도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출처=제네시스
출처=제네시스
최근 31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현대차그룹. 하지만 정작 현지 판매량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그룹의 전기차 전략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