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포드 플랫폼 기반 ‘e-트랜스포터 도카’ 공개… 감성의 ID.Buzz와 정반대, 실용성으로 승부

폭스바겐이 순수 전기 픽업트럭 **‘e-트랜스포터 도카(DoKa)’**를 공개하며 상용차 시장에 새로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강력한 일꾼의 뼈대와 심장이 오랜 라이벌인 포드(Ford)의 기술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감성적인 ID.Buzz의 이상에서 벗어나,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 실리를 택한 폭스바겐의 대담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폭스바겐 e-트랜스포터 도카 측정면 (출처=폭스바겐)
폭스바겐 e-트랜스포터 도카 측정면 (출처=폭스바겐)


‘감성’ 대신 ‘실용’, 라이벌과 손잡은 거인들

이번 협력은 전동화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폭스바겐은 막대한 개발 비용을 줄이고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상용차 부문에서 포드와 손을 잡았습니다. 이는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높은 가격으로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전기 미니밴 ID.Buzz의 사례와는 정반대의 현실적인 행보입니다.
폭스바겐 e-트랜스포터 도카 측면 (출처=폭스바겐)
폭스바겐 e-트랜스포터 도카 측면 (출처=폭스바겐)


사실 이러한 협력은 처음이 아닙니다. 폭스바겐의 또 다른 픽업트럭인 ‘아마록’ 역시 포드의 ‘레인저’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즉, 폭스바겐은 픽업트럭 부문에서 ‘순혈주의’보다 ‘실용주의’를 택하는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셈입니다.

일꾼을 위한 진짜 트럭, 압도적인 제원

그 결과물인 e-트랜스포터 도카는 ‘진짜 일꾼’을 위한 트럭의 모든 것을 갖췄습니다. 전장이 5.6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에 6명이 탑승 가능한 더블캡(DoKa) 구조를 적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폭스바겐 e-트랜스포터 도카 측정면 (출처=폭스바겐)
폭스바겐 e-트랜스포터 도카 측정면 (출처=폭스바겐)
최대 785kg의 화물을 싣고, 2톤(2,000kg)까지 견인할 수 있는 능력은 이 차가 단순한 전기차가 아닌 진짜 ‘트럭’임을 증명합니다. 최고 사양 모델은 282마력의 강력한 전기모터를 탑재해 무거운 짐을 싣고도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합니다.

폭스바겐 e-트랜스포터 도카 상부 (출처=폭스바겐)
폭스바겐 e-트랜스포터 도카 상부 (출처=폭스바겐)
이는 기아 타스만(예상 적재량 1,000kg)보다는 적재량이 적지만, KGM 렉스턴 스포츠 칸(최대 700kg)보다는 우위에 있으며, 특히 6인승 구조는 5인승이 대부분인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볼 수 없는 독보적인 장점입니다.

순혈주의보다 실리, 새로운 시대의 생존법

e-트랜스포터 도카의 독일 현지 시작 가격은 약 8,400만 원으로, 개인 레저용보다는 전문적인 상용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이 차량의 등장은 폭스바겐이 브랜드의 자존심보다 생존과 수익성을 우선하는 시대로 완전히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폭스바겐 e-트랜스포터 도카 실내 (출처=폭스바겐)
폭스바겐 e-트랜스포터 도카 실내 (출처=폭스바겐)
라이벌의 심장을 단 폭스바겐의 전기 픽업은 브랜드 순혈주의보다 실리를 택한, 영리하고 강력한 결과물입니다. 치열해지는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 진짜 ‘일꾼’을 원하는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이보다 더 확실한 대안은 없어 보입니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