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거들 뿐... 테슬라와 겨루는 자율주행 기술(XNGP)이 진짜 무기

중국 전기차 샤오펑(Xpeng)의 한국 시장 공식 출범 소식에 국내 자동차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첫 주자로 유력한 준중형 세단 ‘모나 M03’는 단순한 ‘가성비’를 넘어 ‘AI 기술’이라는 날카로운 창을 들고 상륙했다. BYD가 열어젖힌 문을 통해, 이제는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진짜 ‘선수’가 들어온 셈이다.
샤오펑 모나 M03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샤오펑)
샤오펑 모나 M03 실내 디스플레이 (출처=샤오펑)


숫자부터 ‘반칙’, 아반떼 살 돈으로 쏘나타급을?

모나 M03의 제원표는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전장 4,780mm, 전폭 1,896mm. 아반떼보다 한참 크고 쏘나타에 육박하는 덩치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최대 620km에 달한다. 물론 이는 관대한 중국(CLTC) 기준이라 국내 환경부 인증 시 400km 중후반대로 예상되지만, 이 차의 중국 현지 시작가를 생각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 한화 약 2,330만 원. 이 가격이면 국내에서는 경차나 소형 SUV를 겨우 넘볼 수 있는 수준이다.
샤오펑 모나 M03 측정면 (출처=샤오펑)
샤오펑 모나 M03 측정면 (출처=샤오펑)


가격, 크기, 주행거리. 하드웨어만 놓고 봐도 이미 게임의 룰을 파괴하는 수준이다. ‘대륙의 실수’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이건 명백히 한국 시장을 겨냥해 던지는 ‘계획된 도발’이다.

진짜 무기는 ‘가격표’가 아닌 ‘두뇌(AI)’

하지만 샤오펑의 진짜 무서움은 껍데기가 아닌 ‘두뇌’에 있다. 샤오펑은 스스로를 자동차 회사가 아닌 ‘AI 모빌리티 기업’으로 칭한다. 그 자신감의 근원은 바로 지능형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인 ‘XNGP’다.

샤오펑 모나 M03 측면 (출처=샤오펑)
샤오펑 모나 M03 측면 (출처=샤오펑)
단순히 차선을 유지하고 속도를 조절하는 수준을 넘어, 목적지만 입력하면 시내 주행과 주차까지 스스로 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기술은 현대차의 HDA보다 테슬라의 FSD를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삼는다. ‘움직이는 AI 로봇’을 만들겠다는 샤오펑의 야망이 이 차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격은 미끼일 뿐, 진짜 상품은 바로 이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샤오펑 모나 M03 실내 (출처=샤오펑)
샤오펑 모나 M03 실내 (출처=샤오펑)

이미 시작된 ‘조용한 침공’

이 모든 이야기는 먼 미래가 아니다. 샤오펑은 이미 지난 6월 ‘엑스펑모터스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한국 법인 설립을 마쳤다. 최근에는 위장막도 없는 모나 M03 테스트 차량이 서울 서초구에서 임시 번호판을 달고 주행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물밑에서는 한국 시장에 정통한 전문가를 영입하며 조용하지만 빠르게 상륙 작전을 준비 중이다.
샤오펑 모나 M03 측후면 (출처=샤오펑)
샤오펑 모나 M03 측후면 (출처=샤오펑)
BYD가 중국차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었다면, 샤오펑은 ‘중국차는 싸구려’라는 기술적 편견을 깨부술 강력한 무기를 들고 왔다. 하드웨어 제조 능력에 소프트웨어 경쟁력까지 갖춘 중국 전기차의 공세 앞에 국내 브랜드들의 진짜 고민이 시작됐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