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리콜에도 재발하는 ‘ICCU’ 결함, 단순 업데이트로 해결될까
주행 중 전원 차단 공포 확산… 보증 끝나면 수리비 220만원 ‘날벼락’
ICCU란? /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주력 전기차에서 핵심 부품 결함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운전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 중 갑작스럽게 ‘퍽’하는 소음과 함께 차량이 멈춰 서는 아찔한 사례가 속출하면서 단순한 품질 문제를 넘어 심각한 안전 위협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정부가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음에도 동일한 증상이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어, 제조사의 후속 조치에 대한 실효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전동화 시대를 이끌겠다던 현대차그룹의 신뢰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리콜에도 반복되는 치명적 결함
현대차 블루핸즈 / 현대차그룹
최근 기아 EV6를 운행하는 A씨는 시동을 건 지 불과 3분 만에 차량 전원이 완전히 차단되는 경험을 했다. 통합충전제어장치(ICCU)가 파손됐다는 경고등이 점등됐고, 비상 전력을 공급하는 12V 보조 배터리마저 순식간에 방전됐다. A씨는 “만약 히터를 켠 상태였다면 5분도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러한 문제는 A씨 개인의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약 20만 명이 활동하는 국내 최대 현대·기아 전기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1년간 ICCU 관련 결함을 호소하는 게시글이 300건 이상 등록됐다.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EV6 등 E-GMP 플랫폼 기반의 주요 전기차 모델 전반에서 유사 증상이 나타나고 있어 운전자들의 집단적인 불안이 커지고 있다.
고속도로 위 시한폭탄 ICCU란
ICCU(Integrated Charging Control Unit)는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와 12V 보조 배터리의 전력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충전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 장치에 문제가 발생하면 차량의 주 동력원인 고전압 배터리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주행이 불가능해진다.
운전자들은 주행 중 갑작스러운 소음과 함께 계기판에 ‘전원 공급 장치를 점검하십시오’라는 경고 문구가 뜨고, 출력이 급격히 저하되다 결국 차량이 완전히 멈춰 선다고 증언한다. 만약 이런 상황이 고속도로 주행 차선이나 신호 없는 교차로 한복판에서 발생한다면 2차, 3차 추돌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결함이다.
차세대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 현대모비스
수리비 220만원과 반쪽짜리 보증
문제가 확산되자 현대차그룹은 ICCU 부품 보증 기간을 기존 ‘10년·16만 km’에서 ‘15년·40만 km’로 연장하는 조치를 내놨다. 하지만 이마저도 2024년 3월 이전 생산된 일부 모델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돼 모든 차주가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보증 기간이 끝난 차량에서 ICCU 문제가 발생할 경우, 차주는 약 220만 원에 달하는 수리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이는 명백한 제조사 품질 문제로 분류될 수 있음에도 보험 처리 또한 쉽지 않아 소비자 부담은 가중된다. 국토교통부가 관련 현장 조사에 착수했지만, 제조사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추가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근본 해결책일까
EV6 / 기아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ICCU 결함을 단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주행 환경과 외부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하드웨어 설계상의 문제가 반복적인 증상의 근본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기차에서 전력 관리 부품의 신뢰성은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된다. 주행 중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소비자가 느끼는 공포는 상당하다. 대규모 리콜 이후에도 운전자들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브랜드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전동화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구호에 앞서, 가장 기본적인 안전에 대한 믿음을 되찾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ICCU 결함 / 헤이딜러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