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8만 4천여 대 리콜 결정, G80·GV70 등 주요 모델 포함
주행 중 속도, 연료량 정보 사라지는 ‘아찔한’ 결함... 원인은 ‘HD 라디오’ 데이터 충돌

제네시스G70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제네시스G70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제네시스 일부 차종에서 주행 중 계기판 디스플레이가 갑자기 꺼지는 문제가 발생해 대규모 리콜이 결정됐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최근 약 8만 4천 대에 달하는 제네시스 차량에 대한 리콜을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다.

운전 중 속도계, 연료 게이지, 각종 경고등이 표시되는 계기판은 운전자의 ‘눈’과 같다. 이 정보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운전자는 차량 상태를 파악할 수 없어 당황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블랙아웃’ 아찔한 순간



제네시스G80 /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G80 / 사진=제네시스


이번 리콜의 핵심은 ‘정보 공백’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다. NHTSA에 따르면, 결함이 발생한 차량은 주행 중 계기판이 간헐적으로 재부팅되면서 화면이 꺼질 수 있다. 화면이 보이지 않는 시간은 최대 5~10초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짧은 시간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고속으로 달리는 도로 위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특히 야간이나 악천후 속에서 계기판 정보가 사라지면 운전자는 속도 조절에 실패하거나 차량 이상 경고를 놓쳐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다행히 아직 이 결함으로 인한 사고나 부상 보고는 없었다.

리콜 대상에는 일렉트리파이드 G80, GV60, GV70, 일렉트리파이드 GV70, GV80 등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주력 모델들이 다수 포함되어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네시스G70 /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G70 / 사진=제네시스


원인은 의외의 라디오 데이터 충돌



첨단 자동차에서 발생한 문제의 원인은 의외로 단순한 곳에 있었다. 현대차는 조사 결과, 이번 결함이 하드웨어 문제가 아닌 소프트웨어 설계 오류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헤드 유닛 소프트웨어에서 HD 라디오 데이터와 아날로그 라디오 데이터가 동시에 같은 메모리 공간에 기록되려 하면서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이 데이터 덮어쓰기 오류로 인해 디스플레이로 향하는 출력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고, 결국 계기판 화면이 멈추거나 꺼지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복잡한 시스템일수록 작은 소프트웨어 충돌이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3월부터 무상 수리, OTA로 간편 해결도



현대차는 오는 3월 이후 해당 차량 소유자들에게 우편으로 리콜 사실을 통지할 계획이다. 차주들은 제네시스 공식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무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다. 보증 기간이 만료된 차량 역시 무료로 조치된다.

특히 일부 차량은 서비스센터 방문 없이도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원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제네시스 커넥티드 서비스 가입자의 경우, 별도 조작 없이도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진행될 수 있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리콜 조치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HD 라디오 기능을 비활성화하는 것이 임시 해결책으로 권고된다.

국내 운전자들도 촉각, 내 차는 괜찮나



이번 리콜은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발표됐지만, 같은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국내 차량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국내 제네시스 운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과거 현대차는 해외에서 먼저 리콜을 진행한 뒤, 국내에서도 같은 결함이 확인되면 자발적 리콜이나 무상 수리를 진행한 전례가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신뢰도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현대차가 국내 소비자들을 위해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