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CEO, 현대차 양재사옥 찾아 AI·로보틱스 협력 심화

보스턴 다이내믹스 투자설까지…새만금 데이터센터 밑그림 그리나



“지금은 현대차의 시간입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서 던진 말이다. 그의 깜짝 방문은 단순한 만남을 넘어섰다. AI와 로보틱스, 그리고 새만금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거대한 협력의 서막이 올랐다. 과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 CEO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일까.

8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로비는 이례적인 열기로 가득 찼다. 젠슨 황 CEO가 모습을 드러내자 직원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당초 15분으로 예정됐던 그의 방문은 직원들과의 즉석 소통이 이어지면서 30분을 훌쩍 넘겼다. 일부 직원들은 사인을 받거나 기념사진을 찍으며 ‘AI 시대의 록스타’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는 전날 오찬에 이은 정의선 회장과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이틀에 걸친 두 거물의 회동은 단순한 친목 다지기가 아니었다. 미래 산업의 지형을 바꿀 구체적인 논의가 오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왜 젠슨 황은 새만금을 주목했나



두 사람의 대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장소는 바로 ‘새만금’이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새만금 투자 계획을 설명하며 엔비디아의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AI와 로보틱스가 결합된 미래형 산업 단지를 함께 만들자는 구상이다. 젠슨 황 CEO는 “현대차그룹이 AI 밸리를 만들고 있다”며 즉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가 본 것은 단순한 부지가 아니었다. 황 CEO는 한국을 ‘AI 팩토리’의 최적지로 평가했다. AI를 대규모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와 같은 거대한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그는 한국의 우수한 연구 인력, 스타트업 생태계, 로봇 산업 경쟁력 등을 높이 사며 새만금이 그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신이 사는 지역 근처에 세계 최대의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그림을 상상해볼 수 있다.



AI 다음은 로보틱스, 협력의 끝은 어디까지



새만금 프로젝트가 거시적인 청사진이라면, 두 기업의 협력은 로보틱스라는 구체적인 분야로 향한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현대차그룹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투자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현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최대 주주는 현대차그룹이지만, 2대 주주인 소프트뱅크의 지분 정리 과정에서 엔비디아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는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선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에 로봇메타플랜트응용센터(RMAC)를 가동한다. 이곳에서 생성될 방대한 로봇 액션 데이터는 엔비디아의 로봇 AI 모델을 고도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AI의 두뇌를 가진 로봇이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젠슨 황 CEO는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AI 팩토리까지 현대차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며 현대차그룹과의 파트너십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두 거인이 손을 잡고 그리는 미래가 한국 산업 지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