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차가 좋은 차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달라진 자동차 소비 트렌드, 이제는 ‘지속 가능성’이 핵심이다.

카니발 실내 / 기아
카니발 실내 / 기아


주차장에 세워진 차가 곧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대변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그랜저나 외제차를 성공의 상징으로 여기던 과거와 달리, 2026년을 앞둔 지금의 도로 위 풍경은 사뭇 다르다. 이제 소비자들은 화려한 ‘하차감’보다 현실적인 가치를 따지기 시작했다. 이는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바로 ‘유지비’, ‘심리적 안정감’, 그리고 ‘소유의 유연성’이다. 과연 무엇이 운전자들의 마음을 이토록 바꿔 놓았을까.

구매가 아닌 유지의 시대

요즘 자동차 영업점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은 차량 가격이 아니다. “그래서 한 달 유지비가 얼마나 나오나요?”라는 질문이 먼저다. 보험료, 자동차세, 유류비는 물론이고 예상치 못한 정비비와 주차비까지, 자동차를 소유하는 순간부터 고정 지출은 시작된다. 과거에는 차량 가격만 어떻게든 마련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중형차 한 대를 유지하는 데 드는 월 고정비는 웬만한 직장인의 용돈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전기차나 수입차로 눈을 돌리면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 할부금이 끝나도 사라지지 않는 이 ‘밑 빠진 독’ 같은 지출 구조 속에서, 자동차는 소유 자산이라기보다 매달 구독료를 내는 서비스처럼 느껴진다. 결국 ‘얼마에 사느냐’보다 ‘몇 년간 감당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구매 기준으로 떠오른 것이다.



카셰어링 서비스 쏘카 / 쏘카
카셰어링 서비스 쏘카 / 쏘카

편안함의 의미가 달라졌다

SUV의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도 과거와는 결이 다르다. 단순히 레저 활동이나 넓은 적재 공간 때문만은 아니다. ‘큰 차가 더 안전하다’는 믿음과 도로 위에서 다른 차들로부터 위축되지 않는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선택의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연비 계산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성적인 영역이다. 예측 불가능한 일이 많아진 현대 사회에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나와 내 가족을 지켜주는 든든한 ‘보호막’으로 인식된다. 과거에 ‘편안하다’는 말이 부드러운 승차감을 의미했다면, 지금은 복잡한 도로 위에서 느끼는 ‘마음의 여유’에 더 가깝다.

소유 대신 선택, 달라진 소비 방향



아반떼 AD 초기형 모델 / 현대자동차
아반떼 AD 초기형 모델 / 현대자동차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동차를 반드시 소유해야 할 자산으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리스나 장기 렌트, 필요할 때만 이용하는 카셰어링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다. 초기 목돈 부담이 적고, 생활 패턴이 바뀌면 언제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유연성’이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자동차가 삶의 반경을 넓혀주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대출금과 유지비로 다른 선택지를 제한하는 족쇄가 된다면 과감히 거리를 두겠다는 태도다. 같은 대형 SUV라도 다자녀 가정에는 현실적인 필수품이지만, 결혼과 내 집 마련을 앞둔 30대에게는 경차나 준중형차가 더 현명한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

가장 좋은 차는 오래 탈 수 있는 차

결론적으로, 이제 자동차의 가치는 가격표가 아닌 ‘지속 가능성’으로 평가받는다. 비싸고 큰 차가 무조건 좋은 차라는 공식은 힘을 잃었다. 대신 주어진 예산 안에서 나의 일상을 흔들지 않고 안정적으로 지켜주는 차가 최고의 차로 인정받는다.

차급의 서열은 희미해졌고, 그 자리를 유지 가능성과 생활 적합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채우고 있다. 2026년 자동차 시장의 변화는 단순한 소비 트렌드를 넘어,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결국 가장 높은 등급의 차는 가장 오래, 무리 없이 함께할 수 있는 차라는 인식이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

그랜저 / 현대자동차
그랜저 / 현대자동차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