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 유럽연합의 높은 관세 장벽을 넘는 묘수 나왔다

폭스바겐·르노 정조준, 4천만 원대 가격으로 유럽 시장 뒤흔들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심상치 않다. 특히 중국 전기차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이번에는 단순한 저가 공세가 아닌, 유럽 현지 시장을 직접 겨냥한 전략적 움직임이 포착됐다.

핵심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현지 생산’, 그리고 이를 통한 ‘유럽 시장’ 장악 시나리오다. 과연 이들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야기의 중심에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 립모터(Leapmotor)가 있다. 립모터는 글로벌 자동차 그룹 스텔란티스와 합작 운영하는 ‘립모터 인터내셔널’을 통해 소형 전기 SUV ‘B03X’를 2026년 유럽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모델은 폭스바겐, 르노 등 유럽의 강자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예고했다.



중국 내수용 가격은 알지만, 유럽 가격은 상상 이상이다



단순히 중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방식이었다면 큰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B03X는 현재 중국에서 ‘A10’이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인데, 시작 가격은 약 9,600달러다. 한화로 환산하면 1,000만 원대 중반에 불과한 파격적인 수준이다.
물론 유럽 시장에서는 관세와 현지화 비용이 반영된다. 예상 판매 가격은 약 2만 5,000유로(약 4,30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폭스바겐 ID. 크로스, 르노 4 E-Tech 등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상당한 가격 우위를 점하게 된다. 국내에서 코나급 크기의 전기 SUV를 이 가격에 살 수 있다고 가정하면,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차량의 기본기도 충실하다. B03X는 40kWh와 53kWh 두 가지 배터리 사양으로 운영된다. 최고출력은 각각 94마력과 121마력을 발휘하며, 1회 충전 시 중국 CLTC 기준으로 최대 505km를 주행할 수 있다.
급속 충전 성능도 준수하다. 배터리 잔량 3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16분이 소요된다고 립모터 측은 설명했다. 차체 길이는 4,270mm로 소형 SUV로서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으며, 602리터의 적재공간과 파노라마 선루프, 14.6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등 편의 사양도 갖췄다.



관세 장벽, 스페인에서 해답을 찾은 이유는



그렇다면 립모터는 어떻게 유럽의 높은 관세 장벽을 넘으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해답은 ‘현지 생산’에 있었다. 유럽에서 판매될 B03X는 중국이 아닌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이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고율 관세를 원천적으로 피하기 위한 영리한 전략이다.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을 통해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 물류 비용과 관세 부담을 동시에 해결한 것이다. 이 전략은 B03X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가성비 SUV’라는 확실한 포지션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B03X가 단순한 ‘중국산 저가 전기차’를 넘어, 유럽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탄탄한 자본과 생산 능력을 갖춘 기존 강자들을 상대로 어떤 파급력을 보일지, 유럽 완성차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