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마력 V8 하이브리드 슈퍼카 부활 예고

전기차 올인 전략 전면 수정한 진짜 이유



5월의 맑은 날씨처럼 순탄할 것 같던 전기차 시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전기차 올인’을 선언했던 브랜드들이 하나둘 전략을 수정하는 가운데, 영국의 전통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Lotus)가 의미심장한 발표를 내놨다.

핵심은 전기차 전략 수정, V8 하이브리드의 귀환, 그리고 잃어버렸던 브랜드 정체성의 회복이다. 불과 몇 년 만에 스스로의 선언을 뒤집고 다시 엔진의 시대로 돌아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다시 꺼내든 V8 엔진 카드





이들의 선택이 단순한 변심이 아니라는 점은 구체적인 계획에서 드러난다. 로터스는 최근 발표한 ‘포커스 2030’ 전략을 통해 2028년 V8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새로운 슈퍼카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코드명은 ‘타입 135(Type 135)’다.




최고출력은 1000마력 수준으로, 사실상 하이퍼카 영역에 발을 들인다. 함께 공개된 티저 이미지 속 원형 듀얼 배기구는 엔진 감성과 우렁찬 배기음의 부활을 노골적으로 암시하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영화 ‘007’ 시리즈에 등장하며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모델 ‘에스프리(Esprit)’의 이름이 다시 사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전기차만으론 지킬 수 없었던 정체성



로터스가 왜 다시 내연기관으로 눈을 돌렸을까. 그 답은 브랜드의 뿌리에서 찾을 수 있다. ‘가볍고 날렵한 운전의 재미’가 로터스의 핵심이었지만, 최근 출시한 전기 SUV 엘레트라와 세단 에메야는 무거운 배터리 탓에 공차중량이 2.5톤에 육박했다. 만약 당신이 오랜 로터스 팬이었다면, 이 거대한 전기차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기존 팬들 사이에서 “이건 로터스가 아니다”라는 비판이 쏟아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결국 회사는 현실을 인정했다. 향후 판매 비중을 하이브리드 60%, 순수 전기차 40%로 재편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완전한 전동화 대신 내연기관과 공존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업계는 로터스 에미라에 탑재된 메르세데스-AMG의 V8 엔진이 유력한 후보라고 보고 있다.

로터스만의 고민 아니었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로터스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포르쉐는 주력 모델 911의 내연기관 수명을 연장했고,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전기차 중심의 EQ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람보르기니와 애스턴마틴 같은 경쟁자들도 순수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 중이다.




결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만으로는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운전의 감성을 중시하는 고성능 브랜드일수록 엔진 사운드와 경량화라는 가치를 포기하기 어렵다는 점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로터스의 이번 결정은 브랜드의 유산과 시장의 요구 사이에서 찾아낸 영리한 타협점으로 평가받는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