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캐스퍼 EV보다 비싼 가격에도 계약 폭주, 일본 시장 뒤흔든 혼다 슈퍼원
실용성의 현대차 vs 운전 재미의 혼다, 국내 소형 전기차 시장에도 영향 줄까
최근 일본 전기차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현대차가 야심 차게 내놓은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 EV)의 대항마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혼다의 초소형 전기 해치백 ‘슈퍼원(Super-ONE)’. 출시 첫날에만 7000대 계약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돌풍을 일으켰다.
더 흥미로운 점은 가격이다. 캐스퍼보다 비싼 몸값에도 불구하고 일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단순한 스펙을 넘어선 ‘운전 재미’와 특유의 ‘감성’이 자리 잡고 있다. 과연 이 작은 전기차가 국내 시장에도 비슷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가격표만 보면 고개를 갸웃, 그럼에도 지갑을 열게 만든 비결
단순히 가격만 놓고 보면 혼다 슈퍼원의 흥행은 의외다. 일본 현지 출시 가격은 339만 엔 후반대로, 약 284만 엔부터 시작하는 현대 인스터 EV보다 50만 엔 이상 비싸다. 그럼에도 사전계약 첫날 7000대라는 성과는 일본 시장의 특수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슈퍼원은 혼다가 과거 선보였던 ‘슈퍼원 프로토타입’의 양산형 모델이다. 전장 약 3400mm의 작은 차체는 경차 왕국인 일본의 도로 환경에 최적화됐다. 29.6kWh 배터리를 탑재해 WLTC 기준 약 274km를 주행한다. 수치만 보면 평범하다.
하지만 혼다는 여기에 ‘운전 재미’라는 강력한 무기를 더했다. 가상 7단 변속 시스템과 액티브 사운드 기능이 대표적이다.
패들 시프트를 조작하면 내연기관 스포츠카와 유사한 변속 충격과 엔진음을 구현해 전기차 특유의 밋밋함을 지웠다. 기본 63마력, 부스트 모드 시 94마력까지 올라가는 출력은 작은 차체를 이끌기에 충분하다. 과거 S660이나 N-ONE 같은 개성 강한 소형차를 만들었던 혼다의 감성이 전기차 시대에 맞게 재해석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용성 내세운 캐스퍼, 정반대 노선 택한 슈퍼원의 도전
혼다의 전략이 감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현대차 인스터 EV는 철저히 실용성을 겨냥한다. 국내에서도 성공한 캐스퍼의 SUV 스타일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와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이는 좁은 해치백 스타일의 슈퍼원과 명확히 대비되는 지점이다.
주행거리와 충전 성능 역시 인스터 EV의 압승이다. 롱레인지 모델은 49kWh 배터리로 WLTP 기준 최대 477km를 달린다. 슈퍼원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최고출력도 115마력으로 더 여유롭고, 10%에서 80%까지 30분 만에 충전 가능한 급속 충전 기능도 갖췄다. 캠핑이나 차박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최근 트렌드에 맞춰 실용성을 극대화한 전략이다.
결국 두 차량의 경쟁은 소비자의 가치 판단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얼마나 멀리, 편하게 가는가’를 중시한다면 인스터 EV가, ‘얼마나 즐겁게 운전하는가’를 중시한다면 슈퍼원이 더 매력적인 선택지다. 만약 당신이 출퇴근길의 지루함을 달래줄 두 번째 차를 고민한다면, 두 모델의 각기 다른 매력은 충분히 흥미로운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혼다 슈퍼원의 성공이 국내 소형 전기차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분석한다. 효율과 가성비 중심이던 시장에 ‘펀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5 N으로 고성능 전기차의 재미를 입증했듯, 이제는 작은 차에서도 운전의 즐거움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