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판매량 반토막, 23조 투자 손실설까지 돌아

야심차게 내놓은 ‘서막’이 어쩌다 조기 퇴장 수순을 밟게 됐나



혼다가 북미 시장의 유일한 순수 전기 SUV ‘프롤로그’ 생산을 2년 만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브랜드 전동화의 ‘서막’을 열겠다며 등장한 상징적인 모델이었지만, 시장의 냉담한 반응을 넘지 못했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극심한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 그리고 예상치 못한 관세 부담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대규모 할인을 단행하고도 판매량이 곤두박질치자 결국 손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프롤로그 단종은 혼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큐라 신차 개발과 일부 차세대 프로젝트까지 연달아 멈춰 서면서, 혼다의 전동화 전략이 전면 재검토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할인에도 판매량은 왜 반토막 났나



야심찬 출발과 달리 프롤로그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혼다는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 연방 세액공제에 준하는 7,500달러(약 1000만원)의 파격적인 할인 혜택까지 제공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차가웠고,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8,407대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났다.

판매 부진의 근본 원인은 차량의 태생적 한계에 있었다. 프롤로그는 혼다가 독자 개발한 모델이 아닌, 제너럴모터스(GM)의 얼티엄 플랫폼을 공유해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다. 자체 기술과 생산망이 없다 보니 원가 경쟁력 확보가 어려웠고, 미국이 멕시코산 차량에 부과할 수 있는 관세 정책 변화에도 취약한 구조였다.





결국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에 몰렸을 가능성이 크다. 경쟁 전기 SUV 모델이 쏟아져 나오는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마저 잃은 프롤로그가 설 자리는 없었다.

23조 손실설이 불러온 연쇄 중단 사태



프롤로그의 조기 퇴장은 단독 사건이 아니었다. 혼다는 오하이오 공장에서 생산 예정이던 고급 브랜드 아큐라의 신형 전기차 개발 계획도 중단했다. 소니와 함께 추진하던 ‘아필라’ 프로젝트 역시 철회 소식이 들려오는 등 전동화 사업 전반에 제동이 걸렸다.



이러한 연쇄적인 계획 축소로 인해 혼다의 전동화 관련 투자 손실 규모가 최대 158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3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추산까지 나왔다.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전기차 전환을 밀어붙일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이는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가 ‘성장’에서 ‘생존’으로 바뀌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만약 내가 큰맘 먹고 전기차를 구매했는데 2년 만에 단종된다면 어떨까. 소비자 신뢰도 하락은 물론, 부품 수급과 중고차 가격 방어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혼다가 전기차 사업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 속도와 제품 출시 계획을 시장 상황에 맞춰 재조정하는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프롤로그의 쓸쓸한 퇴장은, 이제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전기차는 가차 없이 퇴출될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남게 됐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