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뉴스 캡처, 손흥민 국대사진
사진=KBS뉴스 캡처, 손흥민 국대사진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33·토트넘)에게 ‘임신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금품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양모 씨가 법원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인권 논란이 불거졌다.

양씨는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포승줄에 묶인 채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등장했고, 모자를 착용하지 않아 얼굴이 상당 부분 노출됐다. 특히 취재진 앞에서 얼굴을 가리기 위해 서류철을 들어 올리자 이를 경찰이 회수하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흉악범도 아닌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온라인에선 양씨의 외모에 대한 평가와 신상털이까지 이어지는 등 2차 가해 양상이 심화됐다.
사진=KBS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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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에 대해 양씨가 본인의 옷으로 갈아입었고, 모자 또한 제공되었으나 본인이 요청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취재진 앞에 서게 될 경우를 대비해 모자를 구비해 두고 있지만, 착용은 본인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구속심사를 받은 공범 용씨는 모자를 요청해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가 얼굴을 가리려 한 서류철은 경찰 구속심사 자료가 담긴 것이며, 경찰은 피의자가 이를 무단으로 가져가려 했기에 제지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또한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구속 피의자라도 복장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고, 체포 후 자율적으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 절차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양씨가 구속심사에 등장한 이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협박녀 인스타그램’, ‘실제 얼굴 공개’ 등의 게시물들이 퍼지며 엉뚱한 인물까지 신상공개 대상이 되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무분별한 신상털이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하며 최대 7년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YTN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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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는 손흥민의 전 연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6월 그에게 태아 초음파 사진을 보내며 임신 사실을 언론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3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작성한 비공개 각서를 근거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듯했지만, 이후 연인 관계가 된 40대 남성 용씨가 다시 언론 제보를 빌미로 손흥민 측에 7,000만 원을 요구하며 사건이 재점화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양씨는 실제로 병원에서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기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해당 태아가 손흥민의 자녀였는지는 입증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이 금전 요구와 협박을 공모한 정황을 토대로 공갈 혐의를 적용, 압수된 휴대전화와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초음파 사진의 진위 여부를 포함한 사건의 전모를 수사 중이다.

법원은 양씨에 대해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공범 용씨 역시 구속됐다. 손흥민 측은 “더는 허위사실로 피해받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