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어도어
사진=어도어


걸그룹 뉴진스가 법원의 연이은 판결로 사실상 독자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7일 뉴진스 멤버들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과 관련한 가처분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이를 기각하며, 독자적 연예 활동 금지 결정을 유지했다.

서울고법 민사25-2부(재판장 황병하)는 어도어가 청구한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금지’ 가처분 결정에 대해 뉴진스 멤버들이 낸 항고심에서 멤버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뉴진스가 임의로 독자적 활동을 할 경우 그 성과를 멤버들이 독점하게 되는 반면, 어도어는 그간의 투자 성과를 모두 상실하게 되는 심각한 불이익을 입게 된다”며 어도어의 손을 들어줬다.

뉴진스는 지난해 11월, 어도어가 전속계약을 위반했다며 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이는 어도어의 전 대표 민희진이 모회사 하이브와의 갈등 끝에 해임된 것과 관련돼 있다. 뉴진스는 민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팀명을 ‘NJZ’로 바꾸고 독자 활동을 예고했다. 이후 이들은 어도어와 사전 협의 없이 홍콩 ‘컴플렉스콘’에 참여하고, 화보 촬영도 진행한 바 있다.
사진=민희진 SNS
사진=민희진 SNS


어도어는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며 뉴진스 멤버들이 소속사 승인 없이 광고 계약 등 연예계 활동을 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은 모두 어도어의 손을 들어줬고, 항고심까지 기각되며 뉴진스의 독자 활동은 법적으로 제한됐다.

특히 법원은 어도어가 제기한 간접강제 신청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멤버들이 어도어의 사전 승인 없이 연예 활동을 할 경우, 위반 1건당 멤버별로 10억 원의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 뉴진스 멤버 다섯 명이 위반할 경우 최대 50억 원이 부과될 수 있는 구조다.

재판부는 민 전 대표와의 갈등을 이유로 계약이 무효라는 뉴진스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 전 대표가 오히려 주주계약에 불만을 품고 구조를 흔들었다”고 판단한 법원은, 민 전 대표를 고집하는 멤버들의 태도만으로는 어도어와의 신뢰가 파탄났다고 보지 않았다.

이로써 뉴진스는 현재 상황에서 어도어의 동의 없이는 방송 출연, 행사, 작사·작곡·가창 등 모든 연예 활동이 불가능해졌다. 독자 활동을 지속할 경우 최대 수천억 원의 위약금을 물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 시점 직전 2년간의 매출과 남은 계약기간을 기준으로 할 때 위약금 규모가 4000억~6000억 원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어도어
사진=어도어
이제 뉴진스가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본안 소송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사건 종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이번 가처분 재판 결과가 본안 소송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부담이 크다. 둘째,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추정되는 위약금 액수는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마지막으로, 어도어로 복귀하는 방안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 어도어 측은 여전히 합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뉴진스 멤버들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이와 같은 판결이 이어지며 다시 어도어와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분간 뉴진스의 연예 활동은 법적 제약 아래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