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차를 경차 값에”라는 유혹
하지만 낮은 연비보다 더 치명적인 문제가 숨어있다
‘회장님 차’로 불리던 국산 플래그십 세단이 경차 수준의 가격표를 달고 시장에 나왔다. 신차 가격 4,589만 원에 달했던 현대 에쿠스 2007년식 모델이 490만 원에 팔리고 있다. 감가율만 90%에 육박하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하지만 싼 가격만 보고 섣불리 계약했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이 차를 제대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구매 비용 외에 세 가지 핵심 요소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바로 살인적인 연비와 만만찮은 유지비, 그리고 부품 수급의 현실이다.
400만 원대라는 달콤한 가격 뒤에는 과거 플래그십 오너의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숨어있다.
차 값은 490인데 연비는 한숨만 나오는 이유
2007년식 에쿠스 JS330 모델은 V6 3.3L 람다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247마력으로 5미터가 넘는 거구를 이끌기엔 부족함 없는 힘이다. 문제는 효율이다. 이 차의 공인 복합연비는 7.9km/L에 불과하다.
실제 도심 주행이 잦다면 연비는 이보다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매일 출퇴근용으로 사용한다면 한 달 유류비만 수십만 원이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주말에 가끔 운행하는 레저용이라면 모를까, 데일리카로 접근하기엔 부담이 상당하다.
결국 구매자가 자신의 주행 환경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싸게 산 대형차가 매달 생활비를 계속 압박한다면, 낮은 구입 가격의 의미는 퇴색된다.
헐값에 넘기는 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낮은 연비보다 더 큰 문제는 정비다. 1세대 에쿠스는 2008년 생산이 종료됐다. 15년 이상 세월이 흐른 만큼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첫 번째 걸림돌이다. 당장 운행에 필요한 소모품은 구하기 어렵지 않지만, 특정 부품이 고장 나면 수급에 시간과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 수 있다.
당시 최고급 세단이었던 만큼 전동 시트, 공기청정기, JBL 오디오 시스템 등 전자 장비도 풍부하다. 지금은 당연한 사양이지만, 오래된 전자 장비는 언제든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사양이 많다는 점이 오히려 유지비 상승의 원인이 되는 셈이다.
저렴한 가격은 차량의 노후화와 그에 따른 관리 부담을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다. 정비 이력이 불분명한 차량을 덥석 구매했다가는 차 값보다 더 큰 수리비를 지출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따라서 계약 전 엔진과 변속기 상태, 각종 전자 장비의 정상 작동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과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