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따로 있다. 같은 유턴 표지판, 다른 규칙 적용되는 이유.
앞차 따라 무심코 돌았다간 사고 책임 피하기 어렵다. 합법 유턴의 결정적 단서.
앞차가 유턴하자 무심코 핸들을 꺾는 운전자가 많다. 하지만 같은 빨간불 상황이라도 어떤 차는 합법, 내 차는 불법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신호등 색깔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유턴의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 80%는 유턴 가능 여부를 신호등에만 의존해 판단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진짜 기준은 신호등이 아닌 ‘유턴 표지판’ 그 자체, 특히 그 아래에 붙은 작은 글씨에 담겨있다.
신호등 아닌 표지판 문구가 먼저다
유턴을 할 때 시선은 신호등이 아니라 표지판으로 먼저 향해야 한다. 유턴 표지판 아래에 ‘좌회전 시’, ‘보행 신호 시’ 같은 보조 문구가 있다면, 반드시 그 지시에 따라야 한다. 좌회전 신호가 켜졌을 때만 유턴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운전자들이 가장 헷갈리는 지점이다. 평소 다니던 길의 익숙한 신호 체계만 생각하고 표지판의 조건을 놓치기 쉽다.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 단 몇 초만 투자해 표지판 전체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빨간불 유턴은 이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문제는 아무런 보조 문구가 없는 유턴 표지판이다. 이 경우 법적으로는 신호에 관계없이 유턴이 허용된다. 즉, 반대 차선에서 오는 차량이 없다면 빨간불에서도 유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법적 허용’이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빨간불이라도 교차로로 진입하는 우회전 차량이나 오토바이, 보행자가 있을 수 있다. 특히 반대편 차선이 직진 신호일 경우, 유턴하는 순간 정면충돌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극도의 주의가 요구된다.
사고 나면 유턴 차량 과실이 더 크다
만약 유턴 중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누가 질까. 대부분의 경우 유턴 차량의 과실이 더 높게 책정된다. 도로교통법상 유턴 차량은 다른 정상 신호 차량의 통행을 방해해서는 안 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고의 구체적인 정황에 따라 과실 비율은 달라진다. 그렇다고 섣불리 진입해서는 안 된다. 내 앞차가 유턴에 성공했다고 해서 나도 안전하다는 신호가 아니다. 항상 내 차를 기준으로 주변 교통 흐름을 직접 확인하고 진입해야 한다.
복잡해 보이지만 기억할 원칙은 간단하다. 첫째, 유턴 표지판 아래 보조 문구를 확인하고 지킨다. 둘째, 문구가 없다면 반대 차선 차량, 보행자, 우회전 차량이 없는 ‘완벽한 안전’이 확보됐을 때만 움직인다. 허용된 구간이라도 기다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