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자체 배터리 셀 양산 돌입…유럽 기술 자립 선언
에너지 밀도 10% 향상…테슬라 모델 Y 정조준하나

자율주행 전기차 - 출처 : 폭스바겐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폭스바겐그룹이 자체 설립한 배터리 자회사 파워코(PowerCo SE)가 마침내 칼을 뽑아 들었다. 독일 잘츠기터 기가팩토리에서 유럽 최초의 ‘통합 셀(Unified Cell)’ 양산을 공식적으로 시작하며, 전기차 시장의 절대 강자 테슬라를 향한 본격적인 추격의 서막을 올렸다.

이번 양산 개시는 단순한 부품 생산을 넘어, 폭스바겐그룹이 배터리 공급망의 불확실성에 정면으로 맞서고 유럽 내 기술 자립을 이루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폭스바겐의 행보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유럽의 심장부에서 기술 독립을 외치다



기가팩토리 - 출처 : 폭스바겐


폭스바겐의 이번 프로젝트 핵심은 배터리 셀의 설계부터 개발, 생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유럽 내에서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체계를 완성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상시화된 지금, 이는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을 통한 생산 차질 최소화와 기술 경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전략이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CEO는 “잘츠기터 기가팩토리는 유럽 기술력을 입증하는 강력한 신호”라며 “유럽 완성차 제조사 중 최초로 자체 배터리 셀 개발 및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성과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그룹의 독립성과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렇게 생산된 통합 셀은 폭스바겐, 스코다, 세아트/쿠프라 등 그룹 산하 브랜드의 차세대 도심형 전기차에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첫 양산품은 최종 주행 테스트를 위해 각 브랜드에 공급된다.

에너지 밀도 10% 높인 괴물 배터리의 등장



기가팩토리 - 출처 : 폭스바겐


파워코가 선보인 첫 번째 통합 셀은 니켈·망간·코발트(NMC)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기존 배터리 셀 대비 에너지 밀도를 약 10%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이는 곧 전기차의 주행거리 증가와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특히 이 셀은 폭스바겐의 최신 셀-투-팩(Cell-to-Pack) 배터리 시스템과 완벽하게 연동되도록 설계되어 주행거리, 효율성, 성능 모든 면에서 운전자에게 향상된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표준화된 통합 셀 구조는 향후 리튬인산철(LFP)이나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까지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췄다. 이를 통해 폭스바겐은 전 세계에 판매되는 다양한 브랜드와 모델에 동일한 구조의 셀을 적용,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40GWh 생산으로 유럽 허브 도약



잘츠기터 공장은 내년부터 연간 최대 20GWh 규모의 통합 셀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되며, 시장 수요에 따라 최대 40GWh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 공장은 스페인 발렌시아와 캐나다 세인트 토마스에 건설 중인 파워코의 다른 기가팩토리들을 이끄는 ‘리드 플랜트’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폭스바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잘츠기터 연구개발(R&D) 센터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6년 초 가동을 목표로 추가 시험장을 건설하는 등, 잘츠기터를 명실상부한 유럽 최고의 배터리 기술 허브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파워코는 이번 NMC 셀 양산을 시작으로 향후 LFP 기반 통합 셀 등 다양한 파생 모델도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기가팩토리 - 출처 : 폭스바겐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