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파격적인 가격표를 꺼내 들었다. 엔트리급 전기차 EV2로 BYD, 폭스바겐과의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예상보다 낮은 2만 6600유로, 상위 모델 EV3와는 1700만원 가격 차이를 보인다. 수익보다 점유율을 택한 기아의 승부수가 통할지 관심이 쏠린다.

EV2 / 기아


기아가 유럽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전기차 ‘EV2’의 가격을 예상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공개하며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단순히 저렴한 신차 출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치열해지는 유럽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아의 전략적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예상을 뒤엎은 가격 정책과 유럽 시장의 특수성, 그리고 강력한 경쟁자들의 등장 속에서 기아는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수익성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가격을 낮춘 기아의 진짜 속내를 들여다본다.

예상 뛰어넘은 파격적인 가격표



EV2 / 기아


최근 독일에서 주문 접수를 시작한 기아 EV2의 시작 가격은 2만 6600유로(약 4,560만 원)로 책정됐다. 이는 당초 업계가 예상했던 3만 유로(약 5,140만 원)를 크게 밑도는 금액이다. 특히 먼저 출시되어 유럽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상위 모델 EV3의 시작 가격(3만 5990유로)과 비교하면 약 1만 유로, 우리 돈으로 1,700만 원 가까이 저렴하다.

이 정도의 가격 차이는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기아가 EV2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최우선 무기로 삼았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순한 라인업 구분을 넘어, 더 넓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기아가 유럽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



EV2 / 기아


기아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은 유럽 전기차 시장의 독특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 시장은 보조금 축소 등으로 하이브리드차가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유럽은 여전히 전기차 중심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4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가솔린차를 추월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아는 유럽 시장의 성패가 전체 전동화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올해 유럽 전기차 판매 증가율 목표를 60% 이상으로 설정하고,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될 EV2와 EV4 등 소형 전기차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치열한 전장 속 EV2의 역할



EV2 실내 / 기아


소형차 선호도가 높고 환경 규제가 엄격한 유럽에서 엔트리급 전기차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EV2는 기아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모델 중 가장 작은 차체를 가졌지만,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전장은 4,000mm 수준이지만 2열 레그룸을 동급 최고 수준으로 확보해 실용성을 높였다. 롱레인지 모델은 1회 충전으로 최대 453km(WLTP 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BYD를 필두로 한 중국 브랜드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고, 폭스바겐 등 현지 업체들도 ‘ID. 폴로’와 같은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EV2는 뛰어난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증명하며 이들과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결론적으로 EV2의 파격적인 가격은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시장 점유율 확보를 우선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기아의 전기차 대중화 전략을 이끌 핵심 모델로서 EV2가 유럽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그 첫걸음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V2 / 기아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